2016년이 시작됐고 총선이 네 달 여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20대 총선은 전망이 극히 어렵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이전에 비해 유동성이 극도로 높아졌다’는 것 하나 뿐이다.
현 시점을 정리하자면 ‘새누리당은 발밑이 흔들릴 조짐이 보이지만 아직은 견고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상황이 썩 좋진 않지만 100여 석이 넘는 의석과 강고한 핵심 지지층을 보유하고 있다‘ ’안철수 신당은 이번엔 기대를 가져봄직 하지만 불안요소가 역시 상존한다‘ 정도다.
이번 총선을 전망할 가늠자는 네 가지 정도다.
첫째, 결과적 성패여부와 별개로 이번 총선의 가장 큰 변수는 안철수 신당이 될 것이다. 두 달 전만 하더라도 이번 총선의 프레임은 명확/단순했다. 총선이 대통령 집권 4년차에 벌어지는 만큼 야당이 들고 나올 ‘정권 심판’ 프레임이 기본 축이었고, 박근혜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쌓아나가고 있는 ‘국회 심판’이 대항 축이었다. 하지만 안철수 의원의 독자세력화 추진으로 인해 심판, 이념, 지역의 구도가 다각화되고 있다. 여야를 떠나 전반적으로 현역 교체 압박이 높아질 것이다.
둘째, 박근혜 대통령과 ‘진실한 사람’들 러쉬가 다른 총선 때와 다른 특수한 변수다. 박 대통령이 내세우는 ‘국회 심판’에는 야당만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 여당도 포함된다. 이는 TK-강남 지역 집안싸움으로 치부될 일이 아니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진실한 사람’들이 공천 관문조차 뚫지 못한다면 조기 레임덕이다. 비박계인 정의화, 유승민, 김무성 세 사람이 차례대로 국회의장 후보 경선, 원내대표 경선, 당 대표 경선에서 친박계를 꺾은 후 어떤 상황이 도래했는지 우리 모두 잘 안다. 청와대는 경우에 따라 공천단계에서부터 무리수를 쓸 가능성이 높다. 새누리당 전체 의석 보다, 새누리당 의석 수 대비 친박 의석 수 비중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되면 새누리당은 위기를 맞을 것이다. 당장 수도권 선거가 어려워질 것이고 지역에 따라선 안철수 신당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도 있을 것이다.
셋째, 경제상황과 국정운영 문제다. “야당이 법을 안 통과시켜줘서”라고 하기엔 여러 경제지표와 상황이 너무 좋지 않다. 일자리가 늘어나기는커녕, 대기업들이 구조조정에 앞장서고 있다. 이미 많이 써먹은지라 총선이전에 또 부양책을 내놓기도 쉽지 않다. 여당의 가장 위험요인은 정치가 아니라 경제 상황일 수 있다. 또한 2014년 세월호 참사, 2015년 메르스 사태에서 이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어떤 정도인지 여실히 드러났다. 이같은 돌발적 참사가 다시 생기지 마란 법이 없다. 정부 여당에게 가장 아픈 소리는 ‘독재’, ‘반민주주의’, ‘소통 부족’ 같은 게 아니라 ‘무능하다’는 지적이다.
넷째, 문재인 대표를 필두로 한 더불어민주당의 안정화 여부다. 신당이 출범한다지만 제1야당은 더민주다. 문 대표는 15% 안팎의 강력한 지지층을 보유하고 있다. 안정을 되찾는다면 1야당 자리를 내놓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기 위해선 이질적 색채의 인사들을 영입해 전진 배치하고 문 대표가 강조해온 ‘실력있는 경제와 든든한 안보정당’의 이미지를 갖춰야 한다. “나갈 사람은 다 나가라” “작지만 단단한 당이 되겠다” “원칙있는 패배는 아름답다”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힘을 얻는다면 예상보다 훨씬 낮은 성적표를 받아들 수 도 있다.
이 네 가지 기준을 가지고 앞으로 4개월을 들여다보면 그래도 전망이 조금은 쉽지 않을까?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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