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세제개편)감세라더니..왜 더 걷나
GDP대비 재정적자 5.4% 전망..재정건전성 비상
"세입 뿐 아니라 세출도 신경써야"
2009-08-25 15:00:00 2009-08-26 00:44:41
[뉴스토마토 장한나기자] 올해 세제개편안의 특징은 과세정상화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세제개편안에서 비과세 감면 축소 등으로 '증세목표'를 내건 것은 이례적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MB정부의 기조인 규제완화와 감세를 거스르고 증세안을 마련했다는 것은 그만큼 재정건전성 악화를 심각하게 보고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5일 세제개편안에서 이번 세제개편으로 인한 세수증대 효과가 10조5000억원이라고 내걸었다. 이전 세제개편안에서 세제개편을 통한 '세 부담 경감'을 주로 내세웠던 것과는 반대다.
 
이번 세제개편안에 따른 세수효과는 10조5000억원으로 내년부터 2012년에 걸쳐 발생된다. 이 중 내년 세수증가분은 7조7000억원이다.
 
◇ '아낌없이 깎던' 정부
 
지난 2007년 참여정부 시절, 부동산 세제 개편으로 세부담이 대폭 증가했다고 평가됐던 시기에도 세제개편안의 주 골자는 '감세'였다.
 
당시 노무현 정부가 내걸었던 세제개편 기본 방향은 '중산·서민층 생활안정 지원'이었다. 이에 따른 세수효과는 2008년과 2013년에 걸쳐 총 3조5000억원을 감세한다는 것이었다. 
 
세제개편으로 인한 감세효과는 중산·서민층에게 2조8000억원(80.1%), 대기업에 1130억원(3.2%)씩 각각 돌아갔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첫 해인 지난해에는 총 11조6850억원 감세를 단행했다. 전 정부에 비해 무려 3배가량 감세액을 늘린 것이다.
 
이에 따른 감세효과는 중산·서민층과 중소기업을 합해 6조7980억원(58%)이었고 대기업도 1조8710억원(16.05)만큼 세부담이 줄었다.
 
◇ 재정건전성 문제 심각.."증세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정부가 증세할 수밖에 없던 까닭은 재정건전성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세제개편안 발표에서 "MB정부 출범 이후 감세를 통해 경제회복이라는 큰 구상이 희석된 것 같다"며 "경기회복을 유지하면서도 재정건전성을 소홀히 할 수 없어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한국조세연구원은 이번 추가경정예산편성으로 인해 우리나라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5.4%로 적자규모가 사상최대를 이룰 것으로 전망했다. 외환위기 때의 5.0% 보다 높은 수치다.
 
다급해진 정부는 내년 재정적자 비율을 3%로 맞추겠다고 발표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지난해 금융위기로 인해 처음 짠 본예산에 추가경정예산 17조원과 수정예산안 10조원을 합한 28조원이 더 늘어 총세출규모는 301조원이었다. 재정적자비율을 3%대로 맞추려면 적어도 올해 늘린 28조원만큼은 줄여야 한다.
 
하지만 내년 가시적 경기회복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긴축재정으로 돌리기도 쉽지 않다. 희망근로프로젝트 등 각종 경기부양사업도 내년까지 연장하기로 해 재정적자 비율을 목표치로 낮추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 넓은 세원 확보..재정건전성 개선 '점진적으로'
 
현재 선진국들도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부양책으로 막대한 재정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의 올해 재정적자 추정규모는 GDP대비 13.6%. 일본과 영국이 각각 9.9%, 9.8%다. 프랑스 6.2%, 독일 4.7% 등 주요7개국(G7)도 평균 7.6%에 달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재정건전성 악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입.세출 양 측면에서 대책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의무적 경비를 새롭게 마련하거나 감세를 실시하는 경우, 대통령 명령에 의해 세출증가에 알맞은 증세 또는 세출 삭감이 동일 연도내에 행해지도록 의무화하는 'PAYGO(Pay- As- You- go)'원칙을 부활시키기로 했다.
 
우리 정부도 올해 내놓은 세제개편안에서 내년 소득세.법인세율 인하에 따른 세수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소득세, 부가가치세, 증권거래세 등 여러 부문에서 골고루 세금을 매기기로 했다.
 
증세기여도는 2조원 안팎이지만 자산소득, 부가가치품목, 파생상품 등 증권거래에 대한 세목을 새롭게 발굴했다는 점에서 세원 확보를 위한 초석을 깔았다는 평가다.
 
박형수 조세연구원 재정분석센터장은 "이자소득, 배당소득에 대해 과세하면 조 단위로 걷히기 때문에 세수확보에 큰 도움이 되지만 이번에 많이 건드리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전세보증금 과세 등 올해하는 것만이라도 잘 시행된다면 세원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진국처럼 세입 뿐 아니라 세출도 신경써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연구개발 선임연구위원은 "조세 선진화를 위해 '낮은 세율, 넓은 세원'으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 "다만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세입 뿐 아니라 필요없는 지출을 줄일 수 있도록 세출에도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장한나 기자 magare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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