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기운이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도 찾아온 걸까. 그동안 추락하던 주요 원자재 가격들이 일제히 반등에 나서고 있다. 따라서 드디어 원자재 가격이 바닥을 찍고 글로벌 경제에도 청신호가 켜지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전히 중국발 글로벌 경기 둔화, 공급 과잉 등의 펀더멘털 측면에서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기뻐하기에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팽팽하다.
국제유가·금·구리 일제히 강한 반등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 한 주간 글로벌 원자재 가격 반등이 두드러졌다.
지난 한 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9.58% 오르면서 3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또한, 13년 만의 최저치였던 2월11일 마감가인 26.05달러에서 29%나 상승했다.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브렌트유 역시 지난 한 주 10.31% 올라 2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에너지 관련주들의 주가도 함께 회복되고 있다. 대표적인 에너지 회사인 BP, 엑손모빌, 로얄더치셀, 셰브론 등의 주가는 모두 1월 말 대비 10~30% 급등한 상태다.
유가뿐 아니라 금값 역시 13개월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 금 가격은 전날보다 온스당 125달러(1%) 오른 1270.70달러를 기록하며 온스당 1300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다. 금값은 지난 12월 최저치인 1053.70달러와 비교했을 때 20% 넘게 상승했다.
세계 경제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구리 가격 역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구리 가격은 지난 한 주 동안 7% 오른 파운드당 2.2745달러를 기록해 2011년 12월 이후 가장 큰 주간 상승폭을 기록했다. 또 거래일 기준으로는 6일 연속 상승세를 보여 2015년 5월 이후 최장 기간 랠리를 기록했다.
이 밖에 철광석값도 올해 들어 20% 넘게 반등하며 톤당 50달러를 돌파했고 아연 가격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광산 관련 기업인 앵글로아메리칸의 주가는 올해 들어 86%나 급등했으며 글렌코어의 주가도 66%나 올랐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감 잦아들며 원자재 가격 반등
이러한 원자재 가격 반등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감이 잦아든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중국발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원자재 수요 부족에 대한 우려감이 시장을 패닉상태로 이끌었지만, 상황이 생각만큼 나쁘지는 않다는 전망이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 1월의 조정이 너무 지나쳤다는 분석 역시 원자재 가격 상승을 돕고 있다.
세계 경제 1위 국인 미국의 경제 지표 개선도 원자재 가격 반등을 돕고 있다. 특히 4일(현지시간) 발표된 2월 고용지표에서 민간 고용이 전문가 예상을 크게 웃돈 24만2000건을 기록하며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국제유가의 경우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가능성 역시 가격 반등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3월에 OPEC 회원국들의 회의가 열릴 예정인 가운데,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감산과 관련해서 이전보다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조나단 와이트헤드 소시에테제네럴 전략가는 “국제유가가 30달러 밑으로 떨어졌을 때 시장의 반응이 너무 지나쳤다”며 “이제 유가는 바닥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한, 금의 경우에는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미국의 경제 회복세가 가격 상승을 돕고 있다.
글로벌 증시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고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상도 미뤄질 것으로 보이는 점이 금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장기적 전망 관련 신중론 여전
그러나 많은 전문가는 아직 원자재 시장에 봄이 왔다고 기뻐하기에는 이르다며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중국 경기와 관련해 아직 회복 신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이 지난주 열린 전인대 회의에서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6.5%~7%로 제시했지만, 현재 다수의 전문가는 이와 같은 성장률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FT 역시 "원자재 가격이 바닥을 쳤다고 해도 현재 큰 폭의 반등을 기대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국제유가와 관련해서도 감산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유가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장기적인 상승 동력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금의 경우에는 장기적 전망이 더 어둡다. 그동안 글로벌 증시 혼란에 따른 상승폭이 곧 반납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기 때문이다.
시모나 감바리니 캐피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금융 시장의 혼란이 개선되고 금 가격도 연말 1200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투자노트에서 “금값이 단기적으로는 상승할 수도 있지만 3개월 이내에 1100달러대로 다시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우성문 기자 suw1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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