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적으로 금지된 설계사의 보험료 대납을 막기 위해 보험사와 금융당국이 나서고 있지만 이를 규제하기에는 사실상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히려 설계사들의 잘못된 관행을 이용하는 고객들도 많아 피해를 받는 설계사들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방적인 규제보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불완전판매와 불공정 영업을 줄이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가상계좌 대납과 관련해 보험사들에 방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보험사들은 설계사 명의에 가상계좌를 없애고 가상계좌를 통해 보험료를 입금한 고객들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 방법을 쓰고 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현행 보험업법 98조 ‘특별이익 제공금지’에서는 금품(보험계약 체결 시부터 최초 1년간 납입되는 보험료의 100분의 10과 3만원 중 적은 금액), 보험료·대출이자 대납, 불법적인 보험료 할인 등을 금지하고 있다.
특별이익 관련 사항을 위반한 보험사에는 해당 계약의 연간 수입보험료의 50%를 과징금으로 부과한다. 설계사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보험 영업 현장에서 특별이익 제공은 이미 관행처럼 여겨진다. 가장 많은 부분은 일정 보험료를 설계사가 고객들 대신해 납입하는 대납이며 이 외에도 금품을 제공하거나 불법적으로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경우가 허다하다.
문제는 이런 관행을 사전에 차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보험료 대납이나 리베이트를 먼저 원하는 고객들도 늘고 있어 설계사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고객들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보험료 대납은 보험상품 기간이나 내용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아 고객이 보험료는 내는 순간 불완전 판매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설계사들이 자기계약을 넣고 지인들의 명의로 보험을 가입해 대납한 뒤 수당을 챙기고 '먹튀'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사전 차단이 어렵다 보니 결국 사고가 발생한 뒤 사실을 알게 되고 사건이 터지고 난 뒤에는 설계사들의 수당을 환수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불완전 판매가 발생되면 고객에게 납입한 보험료를 회사가 돌려주고 설계사에게 지급한 수당을 환수하는 구조 지만 설계사 수당 환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재 보험사들이 보험료 대납을 막기 위해 마련한 대책은 설계사 처벌 강화와 고객에게 정상 납입 여부를 확인하는 정도다. 일부 대리점과 보험사에서는 특별이익 제공하는 설계사를 신고하는 제도를 마련했지만 같이 일하는 동료를 신고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보험업법을 현실성있게 바꾸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현재는 3만원이 넘는 금액은 고객에게 할인이나 이익제공이 금지되는데 1년 보험료 10% 수준까지는 허용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대형 대리점 설계사 A씨는 "대납은 분명 불법인데 대납을 해주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설계사가 되는 게 현실"이라며 "사실상 대납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은 3만원 이상의 금품 제공이 금지됐는데 한 달에 100만원 이상 보험료를 납입하는 고객에게 명절이나 설 선물로 5만원짜리 과일 세트 정도는 사줘도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보험사들이 모집질서 개선을 위한 노력을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불공정 영업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모집질서를 위한 자율협약 체결식) 사진/뉴시스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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