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금융지주사의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가 단행된 가운데 회장 후계구도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유력 회장 후보군에 속하던 인물이 물러나는가 하면 사내이사가 새롭게 선정된 곳도 있어 후계구도에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최근 이달 중 임기가 만료되는 7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4명의 CEO를 교체했다.
신한생명 사장에는 이병찬 전 신한생명 부사장이, 신한캐피탈 사장에는 설영오 신한아이타스 사장, 신한데이터시스템 사장은 이동환 전 신한은행 부행장이 내정됐다.
신한아이타스 사장 자리에는 이신기 전 신한지주 부사장이 내정됐다. 이달 말 임기가 만료되는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 이동대 제주은행 은행장, 이원호 신한신용정보 사장은 연임이 결정됐다.
한동우 신한지주 회장의 임기가 내년 3월 끝나기 때문이다. 신한지주는 이르면 올해 12월부터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절차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회장은 현행 사내 규정상 재연임이 불가능하다.
금융권에서는 조용병 신한은행장,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등과 함께 한 회장의 후임자로 꼽혀온 이성락 신한생명 사장이 물러났다는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차기 회장 경쟁에서 이 사장이 탈락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지만 퇴임 1년 미만인 그는 당연히 차기 회장 후보 중 하나"라며 "지금 1년 연임을 했다가 회장 교체 시기에 발목에 붙잡히는 것을 피했다는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
서진원 부회장도 건강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유력한 후보군에 속한다. 이번 인사로 3번째 연임에 성공한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도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086790)는 오는 25일 주주총회를 열어 김병호 지주사 부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을 신임 사내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김정태 회장까지 사내이사가 3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사내이사가 김 회장, 최흥식 전 지주사 사장, 김종준 구 하나은행장, 윤용로 구 외환은행장 등 4명이었다. 그러나 통합은행 출범을 앞두고 조직을 슬림화한다는 이유로 사내이사는 김 회장 1명으로 축소했다.
하나금융이 사내이사를 추가로 선임하면서 장기적으로 후계 구도가 윤곽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인 체제가 깨졌다는 것만으로도 차기 하나금융 회장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정태 회장의 임기는 2018년 3월까지로 2년이 남아있다.
반면 KB금융지주의 경우 김옥찬 사장의 사내이사 등기가 무산됐다. 김 사장은 올해 1월 SGI서울보증보험 사장에서
KB금융(105560) 사장으로 옮겨왔으나, 이번 주총에서 이사진 개편을 하지 않기로 하면서 사내이사에 오르지 못했다.
현재 KB금융의 사내이사는 윤종규 회장과 이홍 국민은행 부행장 2명뿐이다. KB금융 관계자는 "기존 사외이사 임기가 모두 1년이었으나 전원 동시 교체는 지배구조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만큼 전원 유임으로 결정내렸다"며 "사내이사에 변화를 주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왼쪽부터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사진/각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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