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7일 인공지능(AI) 산업 육성을 위해 향후 5년간 총 1조원을 투자하고 2조5000억원 이상의 민간 투자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지능정보사회 민관합동 간담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지능정보산업 발전전략’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로 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그 산업적 가치가 재조명된 것을 언급하며 “우리 사회가 이번 알파고 쇼크를 계기로 더 늦기 전에 AI 개발의 중요성에 대해 큰 경각심과 자극을 받은 것은 역설적으로 상당히 행운이었다”며 “AI 기술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갖기 보다는 사람 중심의 실용적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보유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강점과 문화적 역량을 바탕으로 AI 중심의 4차 산업혁명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면서 대통령 주재 과학기술전략회의를 신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최 장관이 보고한 ‘지능정보산업 발전전략’은 ▲지능정보기술연구소 설립 ▲기술 플래그쉽 프로젝트 ▲전문인력 확충 ▲데이터 인프라 구축 ▲산업 생태계 구축 등을 골자로 한다.
국내 AI 연구개발의 구심점이 될 지능정보기술연구소는 민간 출자의 기업형 연구소 형태로 설립된다.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KT, 네이버, 현대자동차 등 6개 기업이 참여해 각각 30억원씩 출자하고, 정부는 연구비 등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연구 성과는 스타트업 창업이나 중소기업과 공유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플래그쉽 프로젝트는 세계 지능정보기술시장 선점을 위해 AI의 언어·시각·공간, 감성지능, 스토리 이해·요약 등에 대한 연구개발을 중점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다양한 응용서비스 개발이 가능한 핵심 공통기술을 연구해 응용서비스 모델을 발굴하고 상용화한다는 것이다.
AI 기술 발전 기반 확보를 위해 슈퍼컴퓨터, 신경칩, 뇌과학·뇌구조, 산업수학 등 기초기술 분야에 대한 연구도 지원한다. 또 소프트웨어(SW) 중심대학 등을 통해 데이터분석 전문가, 인공지능 SW 개발자 등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해외 우수인력 확보도 병행하기로 했다.
데이터 인프라 구축을 위해 국내 민간·정부 보유 데이터 정보를 알려주는 ‘데이터 소재정보 서비스’와 언어·시각 등 연구용 데이터베이스(DB), 각종 전문지식 DB 등 DB 인프라 등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후 이를 기업에 공개해 정보 접근성을 강화하고 산업 생태계 구축에도 나선다.
다만 정부의 이번 발표를 두고 우려의 시선도 나온다.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플랜 대신 대규모 자금 투자만 강조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당초 이번 계획은 4월에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한달이나 발표가 당겨졌다는 후문이다.
또 이날 정부 계획을 설명한 미래부 관계자는 ‘민간 주도’를 강조하면서도 “2019~2020년까지 AI 관련 대회에서 우승하고 분야 세계 1위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등 AI 선진국 들이 십수년 전부터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토대를 다져온 영역에서 후발 주자로 나선 한국이 과연 5년 만에 세계 1위에 올라서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또 정부가 눈에 보이는 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일본 게임회사 닌텐도의 성공을 따라하려다 좌절된 이른바 ‘명텐도’(이명박+닌텐도) 사업이나, 실험용 물고기 로봇의 4대강 투입을 서두르다 실패한 ‘4대강 로봇물고기’의 전례를 답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오후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지능정보사회 민관합동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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