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혜진기자] 현대증권 노동조합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직원을 고려하지 않고 진행되는 매각"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아울러 한국투자금융지주로의 인수를 저지하기 위해 현대증권 본사 앞에 컨테이너박스를 설치하고 장외투쟁에 나섰다.
31일 현대증권(003450) 노조는 성명서를 내어 “3조3000억원의 자본금은 대주주만의 것이 아니라 1500명 조합원을 포함한 2300명 직원들의 눈물이고 재산”이라며 “현대증권 매각에 있어 현대그룹은 조합원과 다른 직원들이 원하지도 않는 한국투자금융지주로의 매각은 생각해서도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노조는 현대그룹 연지동 동관 사옥을 방문해 한국금융지주(071050)를 우선협상대상자에서 제외할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현정은 회장 앞으로 전달했다. 하지만 그룹 측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경봉 현대증권 노조 부위원장은 <뉴스토마토>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오늘 회장에게 공문을 두 차례나 전달하고 면담을 요청했지만 여태까지 가타부타 말이 없다”며 “임원진까지도 우리를 문전박대하는 것에 대해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조 부위원장은 이어 “현대그룹은 자금을 어떻게 받을 것인지만 집중할 뿐 직원들의 영업권과 생존권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현대증권의 성장과 증권업 발전에 대한 고민도 부재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로의 매각을 반대한다고 해서, KB금융(105560)지주나 액티스 펀드로의 인수를 환영하는 입장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조 부위원장은 “KB금융지주의 경우 낙하산 인사 논란이 여전해 향후 독립경영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며 “한국투자 쪽과 마찬가지로 우리 직원들의 고용 보장에 대해서도 아직 이야기가 나온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액티스 펀드로 가도 다시 재매각 과정을 거쳐야 하는 부담이 있다”며 “펀드를 구성하는 자금 출처도 명확하지 않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조 부위원장은 또 “모든 인수 후보군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갖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증권업 발전과 현대증권의 미래를 고려할 때 한국투자로의 매각만은 절대 안 된다”며 “만약 한국투자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 법적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증권 노조는 이날 오후 6시30분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 앞에서 ‘한국금융지주로의 매각 저지 총력 결의대회’를 연다. 노조 측은 400~500명에 달하는 인원이 모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진/현대증권 노동조합
이혜진 기자 yihj07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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