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건설 수주 전략 이렇게)②막강한 자본 중국의 파고를 넘어라
이란과의 돈독한 외교에 기술력까지 / "정책 지원 이어지면 충분히 승산"
2016-05-17 08:00:00 2016-05-17 08:00:00
[뉴스토마토 김용현기자] 해외수주 기근에 시달리던 우리 건설업계의 대규모 이란 수주 기대감이 높지만 대내외적으로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높다. 본계약 체결이 무산 될 경우 자칫 성급하게 샴페인을 터뜨렸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따라서 국제 시장의 현실을 직시하고 그에 맞는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지난 MB 정부 시절에도 다양한 프로젝트 수주 가능성을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실제 수주로 이어진 것은 소수에 지나지 않은 전례가 있다. 당시 MB 정부는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해 자원외교로 96건에 달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하지만 UAE와 실제 본계약으로 이어진 것은 16건에 불과했다.
 
이처럼 변죽만 울리는 외교성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다른 국가들의 전략을 파악하고, 우리 실정에 맞는 접근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특히 풍부한 자본으로 무장한데다 최근 빠르게 기술력까지 갖추고 있는 중국은 물론, 이탈리아나 프랑스,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도 이란 시장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 중 중국은 우리나라보다 빠르게 이란 시장 진출 교두보를 확보하는 등 최대 경쟁국가로 손꼽히고 있다. 중국은 국제적으로 이란에 대한 강력한 경제적 제재조치가 시행되고 있는 기간에도 지속적인 관계 유지를 통해 이란의 최대 경제 교역 국가로 자리 잡았다. 경제제재로 인해 경쟁 국가들이 이란 시장 진출을 멈춘 사이 자동차나 건설 등 주요 산업분야 진출을 꾀한 것이다.
 
경제제재 조치 해제 이후에도 그동안 쌓아온 양국의 경제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기 위해 발 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 1월 경제제재가 풀리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다른 국가들보다 앞서 이란을 방문했다. 이를 통해 무역 규모를 앞으로 10년 내에 2배까지 늘리기로 했고, 다양한 협력을 통해 중국 기업의 이란 시장 진출을 보장받기도 했다. 이란이 새롭게 건설하는 발전소는 물론, 도로 등 인프라 시설 구축 등에 대규모 자본 투자를 약속하기도 했다.
 
경쟁국들보다 한 발 앞서 움직이면서 이란과의 전략적 우호국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한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대규모 수주 가능성의 물꼬를 트는 등 양호한 성적의 외교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다만, 성급한 외교 성과 홍보로 감춰야 할 패를 다 보여줬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중국이 보다 쉽게 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대통령 이란 방문과 함께 외교성과를 발표하면서 구체적인 프로젝트 이름까지 거론이 됐다. 프로젝트에 따라서 계약 체결에 거의 근접할 정도로 가시적인 성과를 보인 것이 있는 반면, 이제 시작 단계인 설익은 프로젝트도 있다"며 "너무 구체적인 이름까지 거론이 되면 '우리도 참여하겠다'며 경쟁 국가들이 사업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했다.
 
그는 이어 "중국의 막대한 자본력, 선진국의 높은 기술력을 앞세운 수주 경쟁국만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 역시 이란 시장 진출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만큼 단순한 업무협약(MOU) 체결이 수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올해 초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각각 방문해 지하철이나 고속도로 건설 사업 참여를 약속하기도 했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역시 이란 방문을 추진 중에 있다.
 
다만, 그동안 국내 건설기업들이 이미 중동에서 많은 수주고를 올린 바 있고, 이란 경제제재 이후에도 꾸준히 현지에서 철수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며 관계를 이어온 것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대림산업 등 기존 진출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이란에 현지 사업소를 운영하는 등 관계를 유지해 온 것은 양국 간 신뢰도에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국내에서 정부와 금융권 등의 지원이 뒷받침될 경우 본계약까지 충분히 이어질 수 있다. 우려하는 대규모 수주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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