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손효주기자] 석유·화학 제품 공급과잉과 정제마진 악화로 위기를 겪고 있는 국내 정유업계가 새 활로를 찾아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정유업계가 선점하려는 새 활로는 바로 석유사업의 10배에 육박하는 영업이익률을 내며 최근 정유업계의 효자 사업분야로 떠오르고 있는 석유개발 사업이다.
특히 국내 1위 정유업체 SK에너지의 의욕적인 행보가 눈에 띈다.
구자영 SK에너지 사장이 취임 당시 "해외 석유자원개발은 당장 서둘러야만 하는 과제로 이제 석유자원 확보를 위해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강조한 내용 그대로 SK에너지는 이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SK에너지는 현재 영국, 브라질, 페루 등 17개국 34개 광구에서 확보한 원유 매장량 5억2천만배럴 규모를 오는 2015년까지 10억배럴로 늘리고, 확보된 광구를 통한 원유생산량을 지난해 1분기 기준 일일 2만3천배럴에서 2010년 말까지 일일 최대 6만배럴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SK에너지는 원유생산과 함께 브라질 BMC-30광구 및 BMC-32광구와 원유 부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 받고 있는 베트남 15-1/05 광구에서의 탐사 작업을 계획하는 등 원유탐사 역시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석유개발사업 확대 전략을 적극적으로 이행해 지난해 3분기 전체 7300억 중 20%에 이르는 1264억원의 영업이익을 석유개발사업에서 거뒀던 SK에너지는 올해 2분기에는 이 부문에서 전체 1700억원 중 40%가 훌쩍 넘는 78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수 있었다.
조승연 LIG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최근 유가가 지난해보다 많게는 두 배 가까이 떨어져 원유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인 석유개발사업 가치 역시 떨어져 있다”며 “이렇게 자원가격이 하락한 지금 향후 더 심각해질 제품 공급 과잉 시대에 대비한 SK에너지의 전략적 투자는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향후 경기 확장으로 유가가 다시 상승세를 타게 되면 현재 추진 중인 석유개발 사업가치가 더욱 높아져 영업이익 증가에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중국의 적극적인 자원사냥으로 확보매장량에 대한 배럴당 가치가 빠르게 상승함에 따라 SK에너지가 확보한 원유매장량의 가치가 10조원을 웃돌 것으로 보여, 이 사업이 대표적인 효자사업이 될 것이라는 것이 조 연구원의 의견이다.
GS칼텍스 역시 장기적으로 일일 정제능력 10%까지의 원유를 자체 조달한다는 계획 아래 국내외 유수 에너지 기업들과 제휴해 석유개발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상태다.
캄보디아 해상 A광구 탐사권 지분 15%를 인수해 본격적으로 유전개발사업에 진출한 GS칼텍스는 이 광구에서 좋은 품질의 원유와 가스를 발견하는 성과를 거뒀으며, 최근 탐사기간을 연장해 추가 시추작업을 추진하는 중이다.
GS칼텍스는 또 2006년 7월 태국 육상 L10/43·L11/43 탐사광구 지분 30%를, 2007년 11월에는 베트남 해상 122 광구 지분 15%를 인수해 탐사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렇게 석유개발사업이 정유 이후의 미래를 대비하는 새로운 사업분야로 떠오르고 있지만, 국내 업체들이 구체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해외 메이저 석유회사들은 석유개발사업에만 1년에 많게는 30조원씩 투자해 영업이익의 70% 이상을 이 사업에서 벌어들인다.
그러나 국내 대표 정유기업 SK에너지의 경우 한해 석유개발사업 관련 투자액이 5000억원에 그치는 등 세계 유수회사들과 경쟁하기에는 자금력이 매우 부족하다.
차홍선 한화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고도화설비를 가동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인 크래킹마진 악화로 고도화설비가 애물단지라는 말도 나오긴 했지만 향후 경기가 좋아지면 경유, 휘발유 등에 대한 수요가 급증해 마진이 다시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고도화설비 확충을 통해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물량을 최대한 늘려 석유개발사업을 위한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미래 생존을 위한 관건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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