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수기자] 국내 중견 패션업계의 대표 라이벌로 꼽히는 두 기업의 오너 2세들이 잇따라 경영수업을 마치고 경영 일선에 오르기 시작했다. 업계는 두 경쟁사의 닮은꼴 행보와 함께 입사 후 단기간만에 경영 지휘봉을 잡은 오너의 딸들이 원활한 경영능력을 보이며 이른바 '금수저'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패션그룹 형지는 지난달 16일 최병오 회장의 장녀 최혜원(36) 형지I&C 캐리스노트 사업본부장을 대표이사 전무로 승진 발령했다. 세정그룹도 보름만인 지난 1일 회사 창립기념일에 맞춰 박순호 회장의 셋째딸 박이라(38) 상무를 부사장으로 임명했다.
업계의 대표적인 라이벌인 두 기업이 같은 시기에 '2세 경영'을 본격화 한 것이다.
박이라 부사장과 최혜원 전무는 모두 30대 젊은 나이에 경영 일선에 오르며 본격적인 경영능력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두 중견 패션기업은 모두 부친인 창업자가 재래시장에서부터 사업을 시작해 매출 1조원 규모로 키워낸 '자수성가' 기업으로 유명하다.
업계는 전문경영인 선임 대신 입사한지 10년도 채 되지 않은 오너의 딸들을 대표 자리에 앉힌 세정과 형지가 '금수저' 논란을 딛고 후계구도를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두 후계자들의 지금까지 경영실적은 기대에 못미쳤다.
박이라 부사장은 2005년 입사 후 2년만인 2007년 세정과미래의 대표이사로 초고속 승진한 바 있다.
세정과미래의 매출액은 2012년 이후 줄곧 줄어들고 있으며, 영업이익 역시 2013년 13억원에서 2014년 7억원으로 계속 감소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19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이 같은 저조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박이라 부사장은 본격적인 경영 일선에 오르면서 반전카드를 꺼내들어야 할 때다.
최혜원 전무도 2008년 형지 입사 후 5년만인 2013년 전략기획실장 자리를 꿰찼으며, 이듬해 그룹의 지주사 격인 형지I&C로 자리를 옮겨 상무 직함을 받았다.
형지I&C도 영업이익률이 1~2%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부친 최병오 회장의 공격적으로 인수합병(M&A)의 영향을 감안하더라도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형지의 지난해 기준 부채 총계는 3428억원으로 자기자본의 2배가 넘는 208%의 부채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최혜원 전무 역시 처음 대표이사에 오르는 만큼 높은 부채비율을 줄이고 안정적인 경영으로 돌아설 수 있는 능력을 보여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특히 형지는 올 연말 입찰전이 벌어지는 시내면세점 특허권에도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한 상황이다.
국내 패션업계의 시장 환경은 녹록치 못하다. 이서현
삼성물산(000830) 패션부문 사장과 정유경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 총괄사장 등 이미 국내 패션 대기업의 경영 일선에 나선 오너 3세들도 경영 시험대에 올랐지만 최근 주춤한 모습을 보일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전문경영인 선임 대신 오너의 딸들이 경영 일선에 올라서게 되는 세정과 형지의 행보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며 "새롭게 경영 지휘봉을 잡은 30대의 젊은 오너 2세들이 이른바 '금수저'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경영능력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순호 세정그룹 회장, 박이라 세정그룹 부사장, 최병오 패션그룹 형지 회장, 최혜원 형지I&C 전무(왼쪽부터). (사진제공=각 사)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