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선기자] (재무탐정의 자산관리)는 KTB투자증권 원강희 리스크관리실장(상무)과 증권부 김보선 기자가 금융투자의 트렌드를 이론과 실전에 걸쳐 다양하고 쉽게 얘기나누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본격 시행된 '김영란법'이 기업의 투명성과 이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 살펴봅니다.
김영란법은 궁극적으로 청렴문화 정착에 제정 취지가 있지만,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법 시행과 대한민국 경제의 영향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요?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단기적으로는 악재, 장기적으로는 호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영란법으로 인해서 그 동안 존재했던 각종 선물이나 접대 수요는 당연히 위축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특히 요식업체나 골프장 술집 등 접객 업소들의 타격은 다소 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 경제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서 정부가 어떤 사업을 민간에 맡기려고 입찰을 진행한다고 생각해 보죠. A, B, C 업체가 입찰을 했다고 생각합시다. A, B, C 순으로 가장 효율적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기업이어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 드는 비용은 가장 적고 사회적으로 가장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합시다. 그런데 가장 비효율적인 C 업체가 공무원에게 접대를 하고 프로젝트를 수주했다고 가정하면, C 업체와 공무원은 이득을 보겠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는 비용이 늘어나고 가치창출액이 가장 작아질 것입니다.
부정부패가 심한 나라들이 발전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러한 자원배분의 왜곡현상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부정부패가 사라지면 자원배분을 왜곡할 동인이 사라져 자원배분의 효율성이 커질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장기적으로는 나라의 부가 증가하고 그렇게 되면 공무원들도 월급을 더 많이 받게 되고, 기업도 더 성장할 수 있을 겁니다.
기업의 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투자자 입장에서도 호재가 될 지 궁금합니다. 주식시장에는 어떤 변화를 예상해볼 수 있을까요.
장기적으로 경제적 자원배분의 효율성이 증대하면 기업의 부도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주식시장에도 호재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 한가지 이유를 덧붙인다면 그 동안 기업의 투명성이 낮은 관계로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라는 것이 존재해 왔는데요. 우리사회가 김영란법을 통해 보다 투명해질 수 있다면 일반 주주의 법적 권한이 강화되어 대주주나 경영자가 일반주주를 무시하고 회사를 경영하기가 훨씬 힘들어 질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배당을 확대하고 회사를 보다 투명하게 경영함으로써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배당에 인색하고, 일부에선 자금을 부적절하게 사용하는 등 주주이익에 반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던 것도 기업의 투명성이 낮았기 때문일까요. 구조적 원인이 있다면?
한국의 자본시장은 서양과 달리 국가 주도로 발달했습니다. 기업의 자금 조달을 원활하게 하고 자본시장을 발전시키기 위하여 1972년 정부는 기업공개촉진법 제정과 1974년 이른바 5.29조치를 통하여 기업공개를 별로 원하지 않는 기업들도 거의 반 강제로 기업을 공개하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기업주가 자발적으로 기업을 공개한 것이 아니다 보니 기업주들은 기업을 공개하더라도 기업의 개인의 소유라는 의식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정부도 기업을 달래가며 경제성장을 이루다 보니, 기업가들이 배당에 인색하고 일부 일반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하더라도 눈감아주고 넘어갔던 관행이 있어왔던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김영란법으로 인해 유통 등 일부 업종에 대해서는 소비위축으로 인해 경영이 위축되고, 이것이 투자심리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과도한 우려일까요?
잠시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소비위축이 일어날 것은 어쩔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사람들 사이의 원만한 의사소통을 위한 만남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형태가 좀 더 건전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예를 들어 앞의 예에서 든 A, B, C 기업 모두가 참여해서 정부와 같이 비용을 분담하여 공청회를 연다든지 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 형태가 공개적이고 모두에게 공평하다면 하다면 의사소통은 필요한 것이고, 이러한 형태가 정착되면 소비위축도 많이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해 봅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 후 서울 서대문구 국민권익위원회 서울종합민원사무소 내에 마련된 부패·공익침해 신고센터에서 민원인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스1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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