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활성화 '게걸음'…정보융합 고작 3건
"내년쯤 정보융합 수요 늘어날 것"…성공 사례 나오는 것도 중요
2016-10-31 15:27:02 2016-10-31 15:27:02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정부가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해 전문기관을 설립하고 무료로 정보 융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이용률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빅데이터 활성화를 위해 마련된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이 개인정보법 위반을 둘러싼 기업의 우려를 깨끗하게 해소하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1일 금융권 빅데이터 전문기관에 따르면 지난 9월부터 10월 말까지 2개월간 비식별 정보 융합 건수는 단 3건에 그쳤다. 기업 간 정보 결합으로 빅데이터 구축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정부의 기대와는 동떨어진 모습이다.  
 
실제로 빅데이터 전문기관 중 하나인 금융보안원은 금융공기업 등 4개 업체의 정보를 받아 2개의 융합정보를 산출했고, 신용정보원은 정보융합을 딱 1번 하는 데 그쳤다. 양 기관이 정보융합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음에도 참여하는 업체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 관계자는 "현 정부의 빅데이터 활성화 방안은 법이 아니라 법에 관한 해석을 다루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 활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업의 빅데이터 구축에 애로사항으로 지적되온 개인정보법 침해 우려 탓에 기업들이 마음 놓고 정보 융합 요청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6월30일 행정자치부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등 정보보호와 관련된 부처가 내놓은 '비식별정보 가이드라인'은 서로 다른 기업간 정보를 융합해 빅데이터를 산출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지만, 가이드라인일 뿐 법은 아니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각 금융회사는 금융보안원과 신용정보원을 통해 서로 간 비식별 정보를 융합하고, 그것을 토대로 빅데이터를 구축할 수 있다. 비식별 정보를 알아볼 수 없게 가공 처리한 정보를 말한다. 
 
가령, A 은행과 B 보험사는 상대가 지닌 정보를 가져와 빅데이터에 활용하려 한다. 이때 두 회사는 상호 합의를 통해 각기 지니고 있던 비식별 정보를 금융보안원이나 신용정보원에 넘기기만 하면 된다. 양 기관은 받은 정보를 결합해 두 회사에 되돌려 준다. 내 정보와 상대 정보가 결합된 제3의 데이터가 빅데이터에 활용되는 구조다.  
 
한편, 금융보안원과 신용정보원은 이르면 내년 쯤 정보 융합 요청이 많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보안원 관계자는 "금융회사 내부적으로 (정보융합)에 대해 검토하는 단계인것 같다"며 "내부 절차와 규정 만드는 것으로 보이며, 활성화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신용정보원은 "아직 가이드라인 도입 초기 단계라 내부 준비 작업을 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올해 까지는 그렇게 많은 요청이 들어올 것 같지는 않고 내년쯤 되야 활성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정보 융합에 성공한 사례가 본보기로 나와야 빅데이터 구축이 활성화될 것이란 입장이다. 빅데이터 관련 법제화에 관한 가능성도 열어놨다. 금융위 관계자는 "여러군데서 정보 융합을 검토하고 있으나, 법상 문제가 없는지 정보 활용도는 높은지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빅데이터 전문기관은 교육·홍보에 집중하면서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행 가이드라인의 성과와 기업의 수요를 감안해 추후에 다음 단계를 밟아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9월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금융권 빅데이터 지원
전문기관 지정 관련 조찬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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