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임원진 악재에 줄퇴사
임상실패 등 책임…업무 책임자에 '불똥'
2016-11-09 08:00:00 2016-11-09 08:00:00
[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제약사 임원들이 늑장 공시, 임상 실패 등 연이은 제약업계 악재에 책임을 지고 줄사표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남수연 유한양행(000100) 연구소장 전무가 사표를 제출했다. 12월에 사표 수리가 될 예정이다. 
 
업계에선 남수연 전무가 신약개발 실패에 책임을 지고 퇴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유한양행은 10월 퇴행성 디스크치료제의 임상 2상을 중단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디스크치료제는 2009년 엔솔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도입해 수십억원이 투입된 프로젝트다. 
 
남수연 전무는 제약업계에 드물게 여성 연구소장으로 유한양행 R&D를 이끄는 핵심 인력으로 알려진다. 연세의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글로벌 제약사 로슈와 브리스틀마이어스(BMS) 등을 거쳐 2010년 유한양행에 입사했다. 
 
김재식 한미약품(128940)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이 최근 사직서를 제출했다. 베링거인겔하임과 폐암신약 기술수출 계약 파기와 관련해 공시지연과 내부정보 유출에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난다. 검찰 조사가 완료되면 사표가 수리될 것으로 보인다. 
 
김재식 부사장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한국과학기술원 경영공학과에서 수학했고, 삼일회계법인과 대웅제약에서 경영관리 및 M&A 업무를 총괄한 바 있다. 한미약품에 지난해 11월 입사해 한미약품그룹의 재경 및 IR 업무를 담당했다. 
 
대웅제약(069620) 개발기획실 모 상무는 올 9월 퇴사했다. 1989년 입사한 이후 30여년 간 대웅제약에서만 근무했다. 뇌기능개선제 '글리아티린'의 복제약을 만드는 기준이 되는 오리지널약 지위(대조약)가 경쟁사로 넘어가면서 회사로부터 심한 압박을 당한 것이 퇴사의 결정 배경으로 전해진다. 글리아티린은 해외에서 도입한 제품으로 올초 종근당으로 판권이 넘어갔다. 대웅제약은 이전받은 기술을 이용해 동일한 제품을 만들었지만 종근당이 오리지널약, 대웅제약이 복제약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업계 연이은 악재로 관련 업무 책임자에게 불똥이 튀고 있는 것"이라며 "회사의 발전에 기여한 사람인데, 불미스러운 일로 사직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사안이 막중하다보니 책임을 지는 자세가 중요하지만 악재가 발생하면 오너가 관련자부터 자르고 보는 퇴행적인 문화가 제약업계에 만연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장기간 투자가 필수적인 제약업계 특성상 인력을 중시하는 경영 방안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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