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용현기자] 정부가 지속적으로 투기수요를 억제하고 실수요자 위주의 분양시장 형성에 나서면서 향후 공급되는 주택 선택 시 입지와 저렴한 분양가 등에 대한 수요자들의 관심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청약 호황에 기대어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던 '묻지마 청약'은 절대 금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5일 내놓은 '2017년 업무계획'을 통해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시장 형성 유도, 리스크 관리 및 모니터링 강화를 강조했다.
상시 점검팀을 지속 운영하면서 투기나 불법행위를 차단하고,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거래 및 청약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또 지난 11.3 대책과 같이 국지적으로 과열현상이 심화되거나 주변으로 확산되면 추가로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고, 투기과열지구 지정도 검토하는 등 강력한 시장 개입 의사를 밝혔다.
이를 위해 모니터링 대상도 기존 수도권·비수도권 등 권역별이 아닌 시·도로 세분화 하고, 가격 뿐 아니라 거래량이나 미분양, 공급 변동성 등도 면밀히 관찰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향후 청약시장은 작년과 같은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성 수요자들의 접근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초기 높은 경쟁률에 의한 웃돈이 형성돼도 향후 매도가 쉽지 않아 자칫 손해를 볼 가능성도 있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초기 프리미엄 형성이 가능해도 매수자가 뒷받침 되지 못하면 그 가격을 유지하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다만 "최근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주택담보대출도 오르고 있는 만큼 실수요자마저 주택 구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이에 대한 지원책 마련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수요자 중심의 분양시장 재편으로 인한 입지·분양가 등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질 전망이다. 수도권 한 견본주택 앞에서 분양권 불법 거래를 일삼는 '떴다방' 모습. 사진/뉴시스
정부의 의도대로 실수요자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경우 입지와 적정 분양가 등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분양시장 호황을 빌미로 건설업체들이 분양가를 크게 높인 만큼 합리적인 분양가 책정은 장기 미분양 발생을 피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집계 결과 작년 11월 기준 전국 민간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격은 949만원 이었다. 이는 1년 전인 2015년 11월 888만원과 비교해 6.9%나 오른 가격이다.
부동산 열풍이 지속되고 있는 제주의 경우 같은 기간 737만원에서 1025만원으로 무려 39.2%나 뛰었다. 이어 경기와 광주 각각 14.5%, 대구 13.1%, 대전 9.4%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기존 아파트 매매가격은 1.6% 오르는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분양가의 과열현상이 두드러졌음을 알 수 있다.
박인호 숭실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존 아파트나 새아파트 모두 가격 상승을 위해서는 매수세가 뒷받침 돼야 한다"며 "여기에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만큼 주변 시세에 맞는 적절한 분양가 책정이 수반 돼야 청약자나 매수자의 유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지역 내 대형 택지지구를 등에 업은 무늬만 신도시를 표방한 단지들도 청약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용 씨알피플앤시티 대표는 "투자수요가 사라질 경우 직장과의 출퇴근 등 입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시장 호황기에는 수요 규모가 커 초기 분양에 성공했을지 몰라도 생활편의시설과 교통 이용에 차이가 커 실수요자로 재편된 시장에서는 수요자들의 선택을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