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도시은 기자] 이지스자산운용이 경영권 매각 협상 난항과 최대 출자자(LP)와의 갈등이 겹치는 상황에서 창업 1세대를 다시 경영 전면에 내세웠다. 지난 28일 이사회를 열고 조갑주 전 신사업추진단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면서 기존 3인 체제를 4인 체제로 확대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말부터 이번 선임까지 4개월 사이에 대표이사 구성이 세 차례 바뀐 이례적인 행보 이면에는 매각 절차 장기화뿐만 아니라 수익성 둔화, 재무 부담 등이 깔려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인에서 4인 대표로…매각 장기화 속 재무 방어
이지스자산운용은 지난 28일 이사회를 열고 조갑주 전 신사업추진 단장을 새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지난해 대표이사는 강영구, 이규성으로 2인 체제였으며, 지난해 말 신동훈 사내이사를 대표이사로 선임해 3인체제로 운영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조갑주 전 신사업추진 단장이 추가 선임되면서 4인 체제가 구축됐다. 대표 4인 모두 재직기간이 10년 이상으로 장기간 근속한 인물들이다. 외부 인사가 아닌 내부 인사를 중심으로 경영진을 재편했다는 점에서 조직 안정과 연속성 유지에 방점을 찍은 인사라는 평가다.
주목할 점은 지난해 말부터 대표 체제 변화가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신동훈 대표는 지난해 12월 대표이사로 선임됐고, 올해 2월에는 강영구 전 대표가 사임한 뒤 정석우 대표가 합류했다. 여기에 조 대표까지 복귀하면서 넉 달 사이 대표이사 구성이 재차 바뀐 셈이다.
현재 이지스자산운용은 글로벌 사모펀드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를 대상으로 경영권 매각을 추진 중이다. 다만 지난해 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매각 불확실성은 커진 상황이다. 흥국생명과의 법적 분쟁, 국민연금 등 핵심 출자자 관련 잡음도 이어졌다.
회사 측은 이번 인사가 지배구조 변화 과정에서도 고객 자산운용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조 대표는 지분 매각 관련 사항은 주주대표에게 일임하고, 매각 프로세스가 진행되는 동안 주요 사업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현안을 챙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규성 대표는 캐피탈 마켓(CM) 등을 중점으로 맡고, 정석우·신동훈 대표는 투자 및 자산운용을 담당한다. 조갑주 대표는 전반을 총괄한다. 각 영역에서의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면서도 리스크를 분산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번 4인 대표 체제를 단순히 LP 소통 강화 차원으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 최근 공시를 보면 이지스자산운용의 핵심 과제는 매각 장기화 속에서 재무 부담을 관리하고 기업가치 훼손을 막는 쪽으로 무게 중심을 이동하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은 지난달 8일 50억원 규모의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사채 발행을 결정했다. 채권형 신종자본증권으로 분류되는 자본성 채무증권이다. 표면이자율은 연 6.10%, 만기는 30년이다. 대표주관회사는 메리츠증권이며 발행 대상자는 포티스제일차 주식회사다.
눈에 띄는 대목은 자금 사용처다. 이번 조달 자금은 전액 채무상환에 쓰인다. 사실상 영구채로 빚을 갚는 구조다. 외형상으로는 자본 보완 효과가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신규 성장 투자보다 재무비율 관리와 차입 부담 완화가 목적인 셈이다.
조건도 단순한 장기 자본 조달로만 보기 어렵다. 이번 신종자본증권은 30년 만기지만 발행일로부터 2년이 지난 뒤부터 회사가 조기상환할 수 있다. 하지만 이자가 단계적으로 커지는 구조라 회사 입장에서는 2년 뒤 조기상환 또는 차환을 검토할 유인이 커진다. 결국 이번 자본성 조달은 당장의 부채비율 관리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매각 일정이 지연될 경우 차환 부담이 다시 재무 이슈로 부상할 수 있다.
시장 점유율은 유지했지만 재무 부담 가중
이지스자산운용은 외형 성장 측면에서 여전히 업계 상위권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수익성 지표도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5년 자산운용사 부동산펀드 시장 약 200조원 가운데 이지스자산운용은 30조원을 운용하며 15% 내외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최근 5년간 14% 이상의 점유율을 유지하며 업계 상위권 지위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외형과 수익성은 다른 흐름을 보인다. 별도 기준 영업수익은 2024년 3694억원에서 2025년 3547억원으로 줄었다. 수수료수익도 2375억원에서 2327억원으로 감소했다. 특히 운용보수율은 2023년 0.35%, 2024년 0.31%, 2025년 0.29%로 낮아졌다. 운용 규모는 커졌지만 단위 자산에서 벌어들이는 보수율은 하락하고 있는 셈이다.
해외법인 실적도 다소 부진했다. 싱가포르 법인(IGIS ASIA PTE. LTD)은 순이익이 2024년 242억원에서 2025년 –28억원으로 적자전환을 했고, 같은 기간 미국 법인(IGIS GLOBAL PROPERTIES LLC)도 –10억원에서 –12억원으로 적자폭이 확대됐다. 다른 해외법인들은 순이익이 전년 대비 개선됐지만 증가폭은 제한적이었다.
재무구조 측면에서는 투자자산 확대에 따른 리스크도 부담요인으로 꼽힌다.
고유자금투자가와 함께 투자자산 구성상 부동산(PF포함) 관련 자산에 대한 높은 집중도와 비상장주식, 벤처캐피탈(VC) 등 고위험자산에 대한 투자가 확대 되고 있다. 부동산펀드 중심으로 구성된 유가증권 규모는 별도기준 2023년 6295억원, 2024년 6677억원, 2025년 7869억원으로 신규투자 확대와 투자자산 평가이익 인식에 따라 전년말 대비 17.8% 증가했다.
다만 부동산 경기 저하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과 공사비 상승에 따른 시행이익 축소 등으로 손실 부담 확대 가능성이 내재돼 있다. VC·PEF·비상장주식 역시 가치 변동성이 높은 편이다.
재무부담도 이어지고 있다. 차입부채는 2024년 3943억원에서 4022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105.5%에서 95.9%로 줄었지만 다소 높은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4인 대표 체제 전환은 단순한 역할 분담형 경영체제라기보다 매각 장기화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적 성격이 짙다. 조 대표 복귀는 대외 소통과 조직 안정의 의미가 있지만, 수익성 둔화와 자본성 조달 의존 관리도 눈여겨봐야 한다. 매각 협상이 길어질수록 시장은 AUM보다 이익의 질, 현금흐름, 조달 조건 등을 더 엄격하게 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대표이사 4인 체제는 사업 경쟁력 강화와 경영 안정성 제고를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