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종화기자] 정부가 준예산 집행계획을 본격 수립하고 나섰다.
24일 이명박 대통령이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며 "연말까지 내년 예산이 국회에서 확정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하라"는 지시에 따른 것이다.
준예산은 회계연도 개시 전까지 예산안이 의결되지 못할 경우 일부 경비에 한해 전년도 예산에 준해 집행하는 제도지만 지난 1960년 도입 후 한 번도 운용된 적이 없다.
문제는 제도는 도입돼 있지만 헌법규정이나 국가재정법 외에 준예산 집행을 위한 구체적인 절차 등 하위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 준예산 집행 구체적 절차나 규정 미비
헌법 제54조 3항과 국가재정법 제55조에는 준예산으로 집행가능한 경비는 '헌법이나 법률에 의해서 설치된 기관 또는 시설의 유지·운영', '법률상의 지출의무 이행', '이미 예산으로 승인된 사업의 계속' 등으로 명시돼 있지만 절차나 하위규정은 명시돼 있지 않다.
이용걸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이날 긴급브리핑을 갖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준예산 집행을 위한 집행계획은 차질없이, 연말까지 준예산 집행지침에 대한 사전 배정작업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예산 불승인시 내년 1월1일 비상 국무회의를 개최해 준예산의 집행을 심의·의결하겠다"며 "각 부처에서 곧바로 준예산을 집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 준예산 집행계획이 수립될 경우 최소 3~5일 정도의 공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가예산 지출 행위가 이뤄지기까지 국고에서 최소 3~5일간은 단 한푼도 지급되지 않을 수 있다.
준예산 집행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는 헌법 제54조와 국가재정법에 명시된 "기관 또는 시설의 유지·운영", "이미 예산으로 승인된 사업의 계속" 등에 해당하는 사업을 따져봐야 하고, 관계 부처와 일일이 협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 집행시기·규모 가늠도 안돼
국회에서 올해가 가기 전에 예산이 처리될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현재로서는 준예산 규모가 어느 정도될지, 언제부터 집행이 가능할지 가늠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이 차관은 "헌법 사상 초유의 일이기 때문에, 또 모든 것이(법조항에) '한다'가 아니라 '해도 된다'이기 때문에 어떤 것이 헌법 정신이 맞는지 판별하는데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상 (예산) 조기배정은 힘든 거고 예산을 통과시키더라도 (예산 배정까지는) 최고 7일~5일이 걸린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이 차관은 "아직까지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연내 예산통과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준예산이 집행될 경우 정상적인 국가기능은 마비될 가능성이 크다.
신규사업은 물론이고 법적 의무지출이 아닌 일자리사업 등 정책사업은 추진이 중단되며, 특히 이제 막 시작된 경기회복의 불씨를 꺼뜨릴 것으로 우려된다.
이 대통령이 발언한 공무원 급여 유보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해석해서 일부 공무원의 경우 유보도 검토해볼 수 있는 것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애둘러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처럼 공공기관이 문을 닫는 사태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최소한은 유지·운영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토마토 김종화 기자 just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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