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기자] 선물옵션 거래에서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은 증권사나 선물사를 통한 거래가 아닌 불법업체에서 계좌를 대여받아 거래하는 행위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업체들은 정상적인 거래에 비해 증거금이 매우 적게 든다는 점을 내세워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았다는 식으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은 후 투자금을 돌려주기 않으면서 투자자 피해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불법행위가 음성적으로 확산되면서 문제해결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선물옵션 대여계좌 사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이 보다 단속을 강화하고 관련 규정도 정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피해자 A는 인터넷 개인증권방송에서 선물투자를 통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선물계좌 대여업체인 B사에 가입했다. 이후 A는 대여계좌에 투자금을 넣고 선물거래를 했지만 B사가 자신의 투자금을 돌려주지 않자 3900만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2.투자자 C는 선물옵션 계좌 증거금 3000만원이 너무 부담된 나머지 대여계좌를 알아보다가 D업체를 알게 됐다. 그런데 이 업체는 금융감독원에 인가를 받은 곳도 아닌데다가 최근 홈페이지도 연결이 되지 않는다.
금융당국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불법 대여계좌를 통한 거래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오히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밴드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음성화되는 추세를 보이면서 단속이 보다 어려워지고 있다.
코스피200지수선물 등 파생상품 거래는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은 증권회사 및 선물회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일반 투자자가 선물거래를 위해 계좌를 개설하려면 증거금 3000만원을 납입해야 하며, 온라인 교육 30시간, 온라인 모의거래 50시간의 과정도 이수해야 한다. 옵션거래는 증거금이 5000만원으로 보다 높은데다가 1년간 선물거래 경험이 있어야 한다.
이렇다 보니 증거금을 낼 여력이 없는 등 자격을 갖추지 못한 투자자들은 불법 대여계좌를 통한 거래의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
업체들은 ‘소액의 증거금(예:50만원)으로도 투자가 가능하다’, ‘사고 발생 시 사고금액을 보상한다’, ‘금융감독원 허가 업체’, ‘결제대금 배상책임보험 가입’ 등으로 등으로 투자자를 현혹하고 있다. 영업장의 소재지가 불분명한데 자사 주소를 ‘○○증권 빌딩 10층’ 등으로 광고하는 사례도 발견됐다.
실제로 한 업체의 페이스북 페이지 홍보문구를 살펴보면 ‘야간 선물을 시작할 때 증권사를 이용한다면 매우 높은 증거금(3000만원)과 약 80시간에 달하는 교육을 이수해야 하지만 대여계좌를 통해 거래하면 증거금이 낮아 초기에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 않으며 믿을 수 있는 업체만 선정하겠다’고 나와있다.
한 무인가 투자중개업체의 홍보문구. 자료/금융감독원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제도권 금융회사는 실명확인을 거쳐 계좌를 개설할 뿐, 계좌를 대여하지 않는다”면서 “계좌 대여업체는 모두 불법업체로 간주해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이들 업체는 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자체 HTS를 통해 중개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주문계약을 체결하고 매매손익을 직접 정산하는 형태로 영업하고 있다. 최근에는 개인이 돈을 걸고 지수의 상승이나 하락 등 사전에 설정된 게임규칙에 따라 승패를 결정짓는 ‘도박형’ 거래형태까지도 등장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이같은 행위는 일종의 불법 유사수신행위로 볼 수 있다”면서 “포털 사이트에 ‘선물옵션 대여’라고 검색해도 많은 내용이 나올 정도로 음성적인 불법행위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여계좌를 통한 거래 행위는 불법인데다가 설령 투자수익을 거뒀더라도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먹튀’의 위험성이 있다. 실제로 한 투자자는 “대여계좌에 1000만원을 입금했고 1150만원의 투자수익을 거둬 2150만원까지 금액을 불렸다”면서 “출금은 물론 홈페이지 접속, 전화 연락 등이 안되서 신고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주식 관련 사이트에서 '대여계좌'로 검색한 결과 나타난 글목록.
한편, 금감원은 주기적으로 단속에 나서지만 근절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불법영업 업체 505개사를 적발해 136개사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 통보했고, 406개사에 대해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사이트 폐쇄 또는 게시글 심의·삭제 등의 조치를 의뢰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에도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조사를 진행해왔고 결과는 다음달에 발표할 예정”이라면서 “SNS를 통한 불법행위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으며, 피해자의 신고가 있어야 하는 한계로 조사과정에서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무인가 불법업체를 통한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 거래는 매매내력 증빙이 어렵고 수익률을 신뢰할 수 없으며, 전산장애로 인해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금융회사 명칭을 사용하는 업체로부터 투자권유를 받는 경우 금감원 홈페이지에서 제도권 금융회사 여부를 확인하고 의심되는 업체는 즉시 금감원에 제보하거나 경찰서에 신고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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