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기자]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단체 모임이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일명 ‘애국텐트’를 설치해 무단으로 점유한 지 한 달이 다 돼가지만 여전히 자진 철거 계획이 없어 시민들이 느끼는 불편함도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보수성향의 한 시민단체인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이하 탄기국)’는 지난달 21일 광화문 세월호 유족 천막 철거를 요구하며 광장에 애국텐트 30여 개와 천막을 설치했다. 탄기국 측은 광장을 사용하겠다고 시에 사전 신청이나 승인을 받지 않은 상태다.
문제는 또 있다. 일부 회원들이 광장에서 술을 마시거나 금연구역 지정 장소에서 흡연하고, 심지어 광장 한편에 마련된 천막에서 취식행위를 해 시민들 불편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평소 서울광장을 가로질러 학원에 간다는 전소영(30·여)씨는 “저분들이 저한테 직접적인 해를 가하진 않지만 광장 주변을 돌아서 가는 게 유쾌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가끔 보면 언성을 높이는 경우도 있고, 거기에 휩싸이고 싶지 않아 일부러 돌아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표현의 자유가 있다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하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김다현(20·여)씨 역시 "서울광장이 보수단체 것도 아니고 다 같이 사용하는 공간인데, 저는 너무 불편하다"며 "지나다니기도 무섭고, 냄새도 나고, 서울시청 앞에서 이러면 서울시 이미지도 안 좋게 보일 거 같다"고 걱정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시는 행정대집행(강제철거) 이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어 난감해하는 상황이다. 다만, 시는 지난 17일 탄기국 사무총장 앞으로 광장 불법 점용 사용에 대한 변상금 949만9100원을 부과했다.
시 관계자는 “아직까지 정확한 행정대집행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가능하면 시에서는 행정대집행을 하기 전에 자진철거를 한다면 가장 좋겠지만 탄기국 측에서는 그 부분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광용 탁기국 대변인은 “철거와 관련돼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논의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광장에서 만난 시민 대부분은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더라도 시가 애국텐트에 대한 강제철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주헌(20)씨는 “(물리적)마찰이 있더라도 강제 철거하는 게 맞는 거 같다”며 “표현의 자유는 있으니깐 표현하는 건 좋은데, 아무리 표현을 하더라도 정도가 있고, 지킬 건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승수(21)씨 역시 “보수단체든 진보단체든 단체의 성격과 상관없이 시작부터 불법인 걸 알고 시작을 했으니깐 시가 법대로 절차를 진행하면 된다”며 “나중에 저분들이 장소를 옮기던지 정식으로 신청을 하든 지 하는 게 맞는 거 같다”고 말했다.
한편, 시는 광화문광장 세월호 천막 14개 중 문제가 된 무허가 천막 3개에 대해서 지난 2014년 7월부터 변상금을 부과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세월호 천막은 앞서 정부가 유족들을 위해 지원해달라는 일부 요청이 있어 (천막 11개는) 유족 지원 차원에서 허가를 했다”며 “현재 광장 불법 점용 천막 3개에 대해 동일하게 자진 철거 요청과 변상금 부과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7일 오후 탄기국 회원들이 서울광장에 설치된 애국텐트 주변을 지키고 있다. 사진/조용훈 기자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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