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서울 강남의 무허가 판자촌인 구룡마을에서 큰 불이 발생해 2시간여만에 진압됐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29일 오전 8시51분쯤 구룡마을 제7B지구에 있는 재활용 분리수거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인근 주택가로 빠르게 번져 26가구가 거주하는 4개 동으로 번졌다.
화재 규모가 커지자 소방당국은 비상대응2단계를 발령하고 소방차량 55대와 인력 180명을 동원해 화재 진화에 나섰다. 마을 뒤쪽 대모산으로 불길이 번질 우려에 대비해 산림청·중앙특수구조단 소속 소방 헬기 4대도 투입했다.
다행히 불길은 오전 10시32분쯤 잦아들어 10시46분에 완전히 진압됐다. 현재 잔불 정리 중으로 비상대응1단계를 유지하고 있다.
구룡마을 30여가구 주민이 모두 대피했으며, 주민 김모(70)씨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후송됐고, 어지럼증을 느낀 주민 2명이 응급치료를 받았다. 이재민 48명은 개포1동 주민센터로 이동해 안정을 취하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잔불 정리 후 정확한 화재 원인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판자촌 가옥이 붙어있고 LPG 가스통과 기름 보일러 등 가연성 물질도 많아 진화 작업이 오래 걸렸다”며 “대기가 건조한 만큼 화재대응 1단계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1970년대 후반부터 형성된 구룡마을은 비닐과 목재 등 인화성 자재로 판자촌이 지어져 화재에 노출된 지역이다. 2009년 이후 14차례나 화재가 발생했으며, 2014년 11월에는 대형 화재로 한 명이 숨지고 주택 16동(63세대)이 불에 타 136명에 달하는 이재민이 발생하기도 했다.
현재 서울시는 구룡마을에 도시개발사업을 추진 중이며, 내년에 착공해 2020년이면 지상 5~35층 아파트 2692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2014년11월 구룡마을 화재 진압 모습.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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