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종화기자] 돈 없는 서민은 다가오는 설이 두렵다. 회사에서 밀린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난방비는 오르고 물가도 덩달아 오른다는 소식뿐이다.
날씨는 춥고 돈은 없는데 돈이 들어갈 설은 바싹바싹 다가오고 있다. 경제지표가 좋아졌다며 올해 5% 경제 성장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팍팍하기만하다.
◇ 체불임금·근로자 40.6%, 20.5% 증가
18일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해 임금체불액은 1조3448억원, 체불근로자수는 30만1000명으로 지난 2008년보다 체불금액은 40.6%, 체불근로자는 20.5%나 늘어났다.
노동부는 내달 12일까지를 '체불임금 청산 집중지도기간'으로 운영키로 했다.
또 임금체불 사업주의 명단공개를 위한 관련 법개정을 추진중이고, 20%의 지연이자도 체불근로자에게 지불토록 할 방침이다. 하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이 같은 규정이 명시돼 있지만 체불 사업자에 대한 민형사상 제재가 솜방망이여서 잘 지켜지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하도급대금 외상지급 관행 역시 여전하다. 감사원은 최근 구 토지·주택공사가 발주한 16개 공사를 표본 점검한 결과 원사업자는 하도급업자에게 지불해야 할 272억원 가운데 70.4%인 191억여원을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등으로 지급했다.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은 하도급업자가 원사업자의 외상매출채권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대출받고 원사업자가 하도급대금을 지급하면 대출금을 상환하는 제도. 하도급업자는 추가적인 대출수수료 부담과 함께 부채비율도 높아지게 된다.
현금지급분은 11.5%인 31억여원에 그쳤고, 현금를 줄 때도 최대 202일까지 늦쳐 지급하는 등 원사업자의 횡포는 개선 조짐도 없다.
원사업자가 발주자에게 받은 선급금도 하도급업자에게 포기각서를 받고 지급하지 않는 곳도 적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다음달 12일까지 '불공정하도급 신고센터'를 운영, 설 명절 이전에 원사업자가 하도급대금을 제때 지급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 물가 '기고만장'..체감한파 두배
돈없는 서민의 시름은 물가 때문에 더욱 깊어 지면서 체감한파는 두배가 된다. 각종 생필품 값이 치솟는 것도 모자라 난방유 값도 내릴 기미가 없고, 가스요금도 오른데다 전기요금도 오른다는 소식이다.
정부가 중점관리하고 있는 서민생활과 직결되는 52개 품목(MB물가)중 배추, 배, 고등어 등 일부 농수산물의 가격 오름세가 가파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구제역까지 겹치면서 설을 앞두고 축산물 수급에 문제가 생겼다. 설이 다가올수록 쇠고기 등 축산물 가격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록적인 한파가 몰아치고 있지만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난방유값도 올라 마음놓고 보일러도 땔 수 없다.
한국석유공사의 주유소 가격 정보시스템 오피넷(www.opinet.co.kr)에 따르면 실내 등유 값은 지난해 말 리터당 1018.8원에서 이달 첫주 1025.6원으로 10원 가량 올랐다. 둘째주에는 1043.8원으로 18.2원이나 치솟았다.
보통휘발유 값도 지난해 말 전국 평균 리터당 1637.17원에서 이날 1670.71원을 기록했다. 서울 지역의 경우는 1749.42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비싸다.
최근 국제유가가 소폭 하락했지만 실제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데다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다면 가격인하를 기대하기는 더욱 어렵다.
정부가 비상경제대책회의, 민생안정차관회의, 위기관리대책회의 등을 최근 잇따라 열고 체불사업체에 공적자금 지원, 물가 상시 모니터링 등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이맘 때면 내놓는 설 민생대책은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다"며 "미리미리 생산·유통의 비효율적인 체계를 고칠 수 있는 근본적인 처방을 시행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스토마토 김종화 기자 just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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