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조충현 이통유통협회장 "이통사들 경쟁해야 소비자 이익 늘어"
"지원금상한제 폐지·분리공시제 도입 찬성…기본료 폐지는 실효성 의문"
"경쟁 살아나고 시장 활기 찾아야 소비자도 이익"
2017-05-31 15:46:27 2017-05-31 15:54:31
[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국내 이동통신 시장이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2014년 10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된 가운데 소비자들은 번호이동보다 기기변경을 택했다. 공시지원금의 최대치가 33만원으로 제한돼 기존의 통신사를 변경할 필요가 줄어들었다. 지원금 대신 매달 할인을 받는 선택약정(20%요금할인)을 선택하는 소비자도 늘었다. 시장은 SK텔레콤이 여전히 절반의 점유율을 보이는 가운데 KT 30%, LG유플러스 20%로 고착화됐다. 제4이통사 설립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현실적인 여건상 성사되지 못했다. 
 
기존의 극심했던 출혈경쟁도 사라졌다. 일일 번호이동 건수는 1만건 초반대를 맴돌았다. 일선에서 소비자들을 만나는 판매점들이 타격을 받았다. 일부 마니아들을 제외하고 대다수의 소비자들이 예전처럼 활발하게 새 휴대폰을 구매하거나 통신사를 옮기지도 않는다. 판매점들은 이통사들의 활발한 경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판매점들이 회원사로 있는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의 조충현 회장으로부터 시장의 현황과 향후 가야 할 길에 대해 들었다.
 
조충현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장. 사진/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지원금상한제 폐지·분리공시제 찬성…기본료 폐지는 실효성 의문"
 
"경쟁이 살아나고 시장이 활기를 찾아야 합니다. 영세한 골목상권이 살아나고 소비자의 이익도 늘어나는 시장이 이상적인 모습이죠."
 
조 회장은 단통법의 지원금상한제 폐지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지원금상한제가 없어지면 이통사들이 가입자 확보를 위해 경쟁에 나서게 되고, 이 과정에서 소비자 이익이 늘어난다는 논리다. 하지만 게릴라성 보조금 폭탄은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로 야간에 한 이통사가 일부 판매점들을 통해 보조금을 대량 살포하면 다른 이통사들도 따라가는 상황은 특히 최근 자주 포착된다. 새 정부가 조직을 정비하는 과도기인 데다, 감독당국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일부 상임위원들의 임기 만료로 제 역할을 못한 탓이다. 갤럭시S8이라는 모처럼만의 대작 출시와 5월 황금연휴 등도 일조했다.
 
현재는 지원금상한제 때문에 이통사들이 합법적으로는 돈을 더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다. 덕분에 이통사들의 마케팅 비용은 줄었다. 단통법이 이통사들의 배만 불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원금상한제는 오는 9월 말까지만 유효하고 10월부터는 폐지되는 일몰 조항이다. 어차피 폐지될 예정이지만 시기를 더 앞당기자는 목소리가 꾸준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국회에도 지원금상한제를 조기 폐지하자는 단통법 개정안이 여럿 발의돼 있다. 지난 국회에서는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오는 6월 임시국회에서는 단통법 개정안들이 다뤄져 국회를 통과할지 관심이다. 
 
문 대통령이 내세운 또 하나의 가계통신비 절감 공약 중 하나인 분리공시제에 대해서도 협회는 찬성 입장이다. 분리공시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의 단말기 제조사와 이통사의 지원금을 따로 분리해 공개하는 것을 말한다. 협회는 제조사의 지원금 공개는 출고가를 하락시킬 요인으로 작용해, 결국 가계통신비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는 해외 이통사들도 보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에서만 지원금 규모를 공개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반대의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조 회장은 다만, 문 대통령의 가계통신비 공약의 핵심인 기본료 폐지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나타냈다. 기본료를 폐지할 경우 이통사들의 매출이 감소한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 이통사들이 통신요금을 인상할 수도 있어 결국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조 회장은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 기본료를 폐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기본료가 없는 데이터 요금제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어 기본료는 자연스럽게 없어질 것이기 때문에 인위적 조정보다 이통사의 자율 인하에 맡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통사들은 기본료 폐지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2세대(2G)와 3세대(3G) 가입자들의 기본료를 폐지할 경우 당장 3사 합계 1조원가량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 또 5G 시장 선점을 위해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본료 폐지로 투자 여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게 이통사들의 논리다. 
 
조 회장은 만연된 불법 보조금 경쟁에 대해서는 판매점들과 이통사들의 자율적 정화활동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존에는 한 이통사가 불법 보조금을 대량 살포해 가입자를 끌어가면, 나머지 이통사들도 방어 차원에서라도 보조금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이달 초 황금연휴 기간에 이통3사는 최대 70만원 이상의 불법 보조금을 살포하며 가입자 확보 경쟁을 벌였다. SK텔레콤의 전산개편 기간이 끝날 무렵에도 불법 보조금 경쟁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의 갤럭시S8이 18만원에 판매되는 등 이른바 대란이 일어났다. 갤럭시S8(64GB)의 출고가는 93만5000원이다. 
 
때문에 정상적인 금액을 지불하고 단말기를 구입한 소비자들은 허탈감에 빠질 수밖에 없다. 결국 피해는 소비자의 몫이었다. 조 회장은 "시장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판매점들이 소모적인 경쟁에서 벗어나 자체적인 정화활동에 나선다면 효율적인 시장 안정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자율적인 정화활동'이 말하듯,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안으로는 부족함이 커 보인다.  
 
"방통위에는 통신 전문가를"
 
협회는 새 정부에 통신 전문가를 방통위 상임위원에 임명하기를 촉구했다. 방통위는 방송과 통신의 각종 정책을 수립하지만, 이제껏 통신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조 회장은 "2008년 설립일부터 이제껏 방통위원장 4인과 상임위원 13인 중 통신 전문가가 소수에 불과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5세대(5G) 통신 시대를 맞이해 방통위원장 및 상임위원에 통신 전문가를 임용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방송시장 규모는 15조원,  통신은  50조원에 달했다. 방송은 공익적 가치를 추구하고 통신은 중립적 가치를 추구한다. 조 회장은  "규모와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고, 대상도 방송은 각 가구이지만 통신은 개개인으로 다르다"며 "때문에 방송과 통신을 모두 아우를수 있는 통신 전문가가 방통위 상임 위원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방통위는 고삼석 위원의 위원장 대행체제다. 위원장을 포함해 5명의 상임위원이 정원이지만 일부 위원들의 임기가 만료돼 현재 3명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부는 각 부처 장관들을 속속 임명하고 있지만, 아직 방통위원장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의 후임자는 내놓지 않았다.
 
조 회장은 5G 시대가 다가오면서 판매점들도 변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소비자들을 가장 먼저 만나는 곳에서 최신 기술이나 서비스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다. 판매점들은 이제껏 휴대폰의 기능과 요금제를 알려주는 역할에 치중했다. 향후에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새로운 서비스를 안내하고 판매하는 역할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통사들은 기존의 휴대폰에서 벗어나 다양한 AI와 IoT 서비스를 출시하기 시작했다. SK텔레콤은 AI 스피커 '누구'를 출시했으며, KT는 '기가지니'로 맞불을 놨다. LG유플러스도 조만간 AI 스피커를 내놓을 예정이다. 조 회장은 "판매점들이 IoT 시대의 기술을 이해하고 국민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야 할 것"이라며 "유통인들이 통신 기술에 대한 전문가들인 만큼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2014년부터 협회장을 맡고 있다. 임기는 2년이지만 연임에 성공해 올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대형 통신 대리점 SIG를 운영 중이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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