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봉사활동을 더 잘하고 싶다며 제약사에 취업한 전 아마추어 권투선수가 화제다. 최영창 일양약품 계장(33)은 제약사 직원 중에선 이색이력을 가진 인물이다. 장애인 사회복지사로 일하기도 한 그가 전도유망하던 권투선수였다는 것에 동료직원들도 놀라워 하기도 한다. 장애인 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의약품에 대해 지적 호기심을 느끼고 제약사 직원으로 전업했다. 의약품에 대해 공부해 장애인과 노약자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겠다고 생각한 게 계기가 됐다. 글로브를 끼고 링 위에 오르던 최영창 계장은 영업기획·관리팀 일원으로 영업사원들의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회사의 일원으로 최선을 다하면서 봉사활동에도 매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영창 일양약품 계장이 시골 중에서도 시골 출신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어릴 때부터 날다람쥐처럼 동네뒷산을 잽싸게 뛰어다닐 만큼 운동의 소질을 보였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체육학과로 대학교 진학 방향을 잡았다.
"손가락 절단장애를 가진 동네친구가 있었다. 체육학과에 진학하겠다며 같이 운동을 하던 친구였다. 일상 생활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운동도 곧잘 했는데, 그 친구가 장애인체육(특수체육)을 공부하길 희망해 영향을 받았다. 중·고등학교에서도 봉사활동을 했지만 진로를 그쪽으로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낙후된 시골에 살다보니 주위에 몸이 불편하신 분들이 많았다. 나도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최영창 계장은 경희대학교 체육학과에서 특수체육학을 공부했다. 특수체육학은 지적·신체적 장애를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운동이나 신체활동을 통해 건강과 행복을 도모하는 학문이다. 연계전공을 통해 사회복지학도 공부를 병행했다. 권투는 동아리 활동으로 대학교 1학년부터 시작하게 됐다. 평일에는 글로브를 낀 채 링 위에 오르고, 주말에는 봉사활동을 다녔다. 둘다 본인이 좋아서 하는 일이라 힘든지도 몰랐다고 말한다.
"명색이 체대생인데 특수체육을 하다보니 운동을 안 하게 됐다. 권투는 돈이 들 것 같지 않고, 멋있어 보이기도 해 시작했다. 하루에 3~4시간씩 매달릴 정도로 열심히 했다. 성장해 나가는 게 재밌기도 했다."
최 계장은 글로브를 낀 지 1년만에 아마추어 대회에서 입상하며 두각을 보였다. 2004년 전국대학동아리연합회 복싱대회 60kg 이하급에서 은메달을 수상했다. 군대를 다녀온 뒤에도 그의 권투 실력은 녹슬지 않았다. 2007년 제3회 수원시장기 아마추어복싱대회 54kg이하급에서 금메달을 땄다. 잠시 프로선수를 꿈꾸기도 했으나 스파링을 하다가 머리에 강한 충격을 받아 부상당하면서 권투에서 손을 뗐다. 현재는 이따금 체육관을 찾아 스텝을 밟으며 샌드백을 치는 것으로 남은 미련을 삭인다고 한다. 대신 봉사활동에 시간을 쏟기 시작했다.
"매주 수요일이나 주말에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다녔다. 아동체육뿐만 아니라 성인을 대상으로 장애인 재활과 생활 재활을 가르쳤다. 같이 웃고 떠들고 하면서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남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좋았다. 오히려 내가 위로를 받고 에너지를 채워서 오는 경우가 많았다. 억지로 아니라 재미가 있었기 때문에 봉사활동을 다닌 것이다."
그는 대학교 졸업 후 2010년 남양주시 장애인복지관 특수체육교사로 입사했다. 봉사활동을 할 수 있고 월급도 받으니 진로 선택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고 한다. 재활운동을 가르치는 것뿐만 아니라 아이, 어르신 등 연령별로 프로그램을 만들며 정신 없는 시간을 보냈다. 복지관에서 일하면서 사회복지 자격증,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헬스트레이너, 권투)도 땄다. 그러던 중 우연한 계기로 의약품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고 전한다.
"어르신들은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생각하시곤 한다. 고령자이다보니 당뇨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어르신들이 본인이 복용하던 의약품에 대해 물어왔다. 당연히 질병 진료는 의료진에게 문의하라고 답변했다. 나날이 끊임 없는 약 관련 질문을 받게 되면서 호기심이 들기 시작했다. 저희 아버지도 고혈압 환자다. 남일 같지가 않았다. 단순히 약에 대해서 공부해 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약사 연구직에 들어갈 수 있는 처지는 아니지만 영업은 할 수 있다는 자신이 들었다. 의약품을 개발·공급하는 제약사의 사회공익적인 측면도 도전하게 된 계기가 됐다."
최 계장은 3년 간 특수체육교사로 근무한 뒤 2013년 일양약품 영업사원으로 이직했다. 늦깎이 신입사원이었지만 권투와 봉사활동을 하는 등 끈기 있어 보이는 모습이 면접관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후문이다. 남들보다 일찍 출근하며 성실성을 눈여겨본 선배의 권유에 의해 1년만에 영업기획·관리팀으로 이동하게 된다. 영업기획·관리는 영업 전략 및 프로모션을 짜고, 영업부를 지원·관리하는 업무다. 영업성과를 평가하는 동시에 직무역량 제고를 모색한다. 간단히 말해, 영업사원이 영업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주된 일이다.
목표달성에 시달리는 영업사원들의 얘기를 잘 듣는 것도 업무의 일환이라고 한다. 그는 남다른 공감능력을 영업기획 업무를 잘 할 수 있는 자신의 경쟁력으로 꼽는다. 남의 말을 잘 경청하는 것은 오랫동안 봉사활동을 하면서 생긴 습관이다.
"봉사활동은 공감하는 게 많이 필요하다. 일방적으로 내 생각대로 특수체육을 가르치면 문제가 생기곤 했다. 일단은 장애인이나 보호자의 얘기를 다 듣고 상대방을 이해한 뒤 제 의견을 피력해야 한다. 안 그러면 따라오지 않는다. 영업기획도 마찬가지다. 저의 생각만 가지고 얘기하다가 서로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제가 영업에 대한 전문가가 아닌 데다가, 현장은 영업사원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영업사원의 얘기를 잘 듣어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제약사를 다니면서 지속적으로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사측에서 건강기능식품을 지원하며 최 계장의 봉사활동을 돕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사회에 이바지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복지관에서 근무하는 선후배들을 통해서 계속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6월달에는 장애인 수영대회에 봉사를 나갈 예정이다. 봉사활동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어려움에 처한 분들이 신체적, 정서적으로 좋아지게 되는 것으로 보게 된다. 일대일 개인에서 나아가 특정 사회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 넓게는 우리 사회에 대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본다. 또한 소속된 우리 회사와 팀에서도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
최영창 계장이 지난해 열린 제2회 종로구장애인체육회장배 생활체육대회에 참가했다. 봉사활동이 끝나고 동료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최영창 계장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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