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호 기자] 도로 폭 9m 미만 보차혼용 도로(보도가 없어 보행자와 차량이 혼재된 도로) 에서 사망자가 한 해 평균 791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안전시설 확충과 보행자 통행권 확보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삼성화재(000810) 부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는 6일 보차혼용 도로 보행자사고 실태와 예방대책을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이번 분석은 '경찰청 교통사고 통계 분석', '보험사 보행교통사고 동영상 분석', '일반 시민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연구소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간 경찰청 교통사고 자료 분석 결과, 한 해 평균 도로 폭 9m 미만 도로에서 전체 보행 중 사망자(970명)의 81.5%(791명)가 사망했다. 특히, 6m 미만 골목길에서 67.6%(535명)가 사망해 사고 심각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 해 평균 9m 미만 보차혼용 도로 사망자 791명 가운데 고령자가 53.1% (420명)를 차지했다. 특히, 고령자 중 70세 이상은 전체의 81.2%(341명)로, 보행속도가 느리거나 사고위험 대처능력이 떨어져 교통사고 취약계층으로 분석됐다.
보차혼용 도로 12개소 실태조사(2016년 10월~11월) 결과, 차량 평균속도는 19km/h, 최고속도는 35km/h인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 폭이 클수록 차량 평균속도와 최고속도가 높았다. 관련 연구논문에 의하면, 차량 속도 20km/h 초과 시 사망률이 증가한다.
이런 사고는 운전자 과속 및 부주의, 불법 주정차 통행 방해가 주원인으로 분석됐다. 삼성화재 DB(2014년 1월~2016년 8월)에 있는 보행교통사고 영상 2000건을 분석한 결과 운전자 부주의 사고가 전체사고에서 72.2%의 비율을 차지했고 불법 주정차 통행 방해 사고도 전체사고의 56.7%에 달했다.
특히, 운전자 부주의와 불법 주정차 통행 방해가 동시에 발생한 사고가 전체 사고의 41.2%를 차지해 사고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도로환경개선, 보행자 통행권 확보, 제한속도 20km/h 지정 등이 시급하다는 게 연구소의 제언이다. 연구소에 따르면 보차혼용 도로 내 보행자에게 통행 우선권을 부여하는 '보행자 우선도로' 법제화, 제한속도 하향(20km/h 구역 지정), 도로포장 등 사람 중심의 보행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
실제로 일반 시민 595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보행자 우선도로 도입 필요(찬성 88.6%), 법규위반 처벌 강화(찬성 79.0%), 보행자 통행우선권 부여(찬성 77.7%)가 필요하다고 응답했으며 적정 제한속도는 30km/h(54.6%), 20km/h(20.5%) 순으로 나타났다.
조준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보차혼용 도로는 보행자 안전을 위해 사람 중심 도로시설 개선, 보행자 통행우선권 확보, 제한속도 하향 등 관련 법적 근거 수립과 운영지침을 국제기준에 맞춰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주거·상업지역 내 보차혼용 도로는 선진국처럼 제한속도 20km/h 이하로 낮추고 보행자 교통사고 시 운전자 책임을 강화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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