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초여름날, 시와 음악이 함께 흘렀다. 땡볕은 조금 강렬하고 모질기도 했지만 고즈넉한 분위기의 산통을 깰 정도는 아니었다. 자유로이 읊어지는 시어와 노랫말, 맥주의 벌컥임이 순간의 아찔함을 훨훨 털어냈다. 시인과 뮤지션은 각자의 언어로 일상이 “안녕하냐”를 물어줬고 관중들은 입가의 미소로 화답했다. 무대 곳곳에선 내일이 없을 것처럼 방방 뛰어 노는 아름다운 청춘들의 모습들도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지난 17~18일 서울 한강난지공원에서 열린 스마일러브위크엔드 페스티벌. 사진/권익도 기자
지난 17~18일 서울 한강난지공원에서 열렸던 ‘스마일러브위크엔드(Smile, LOve, Weekend·슬로우)’ 페스티벌. 루비레코드의 주최로 올해 첫 회를 맞은 페스티벌은 독창적인 무대와 화려한 라인업을 내세워 관객들의 오감을 충족시켰다. 스마일(smile), 러브(love), 위(we) 총 3개의 스테이지로 나눠 진행됐고 각기 다른 무대별 콘셉트가 돋보였다.
슬로우 페스티벌만의 차별성은 위 스테이지에서 두드러졌다. 시인과 뮤지션이 함께 나와 시와 음악을 주거니 받거니 했고 중간 중간에는 관중들과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는 식으로 진행이 됐다. 시인으로는 유희경, 김상혁, 이제니, 유계영 등이, 싱어송라이터로는 타린, 권나무, 최고은 등이 참여했다.
위 스테이지 무대에 오른 싱어송라이터 권나무와 시인 김상혁. 사진/권익도 기자
메인무대인 스마일 스테이지는 여타 일반적인 페스티벌의 레파토리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난지공원 정중앙에 널찍하게 위치했고 다수의 관중들은 돗자리에 앉거나 무대 앞에서 뛰어 놀며 음악을 즐겼다. 낮의 더운 열기에 양산을 펴고 앉아 맥주를 마시며 공연을 감상하는 이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스마일’이란 이름에 맞게 칵스, 페퍼톤스, 라이프앤타임, 오리엔탈쇼커스 등 대체로 신나는 밴드들의 음악이 울려 퍼졌다.
해질녘 메인무대 스마일 스테이지에 선 칵스. 사진/권익도 기자
서브무대 중 하나인 러브 스테이지는 메인무대를 등지고 오른편 작은 공원에 자리했다. 다소 잔잔하고 몽글몽글한 음악을 하는 팀들이 많이 섰지만 후반부에는 쏜애플, 피터팬 콤플렉스 등 일렉트로닉 밴드들을 배치시켜 메인무대와의 균형을 맞췄다.
사이키델릭한 음악과 형형색색 조명이 시너지를 낸 쏜애플의 무대. 관객들은 그들의 음악이 흐르자 무아지경의 상태에 이르렀다. 사진/권익도 기자
물론 올해가 첫 행사였던 만큼 다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위 무대의 경우 당초 무선헤드셋을 끼고 듣는 형식으로 기획됐으나 주파수가 제대로 맞춰지지 않으면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다.
또 메인무대와 서브무대의 주요 공연들이 서로 겹치지 않게 타임테이블이 구성됐지만 실제로는 조금씩 지켜지지 않았다. 그래서 가끔씩 서브무대의 조용하고 고요한 미가 메인무대에 의해 깨지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주최 측과 스탭들은 공연의 부족했던 부분에 신속히 대응했다. 위 무대를 기획했던 파스텔 직원들은 문제가 발생하자 직원들이 나서서 즉시 헤드폰의 주파수를 일일이 맞춰 관람객의 불편을 최소화했다. 무대 간의 사운드 섞임 현상은 시인과 뮤지션이 관객들과의 솔직한 대화, 유머로 풀어갔다.
그래도 천편일률적인 페스티벌 홍수 속에 화려한 라인업과 독특한 콘셉트는 충분한 강점이었다. 내년부터 무대 위치의 변경, 기술적 문제 검토 등을 보완한다면 충분히 더 좋은 축제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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