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기자] 분리공시제 도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4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분리공시제는 앞으로 강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사실상 도입을 기정사실화했다.
분리공시제는 단말기 제조사와 이동통신사가 부담하던 보조금을 제조사와 이통사 몫으로 구분해 표기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는 제조사와 이통사의 지원금을 합해 하나의 수치로 공시한다. 각각 얼마씩 지원금을 냈는지 알 수 없다. 분리공시제 도입을 주장하는 측은 제조사가 지원금을 투명하게 공개할 경우 지원금 규모만큼 단말기 출고가가 내려가 가계 통신비 절감으로 이어질 것이란 입장이다.
서울 중구의 한 휴대폰 판매점. 사진/뉴시스
국내 단말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반대다. 국내 지원금이 공개될 경우 해외 이통사에 제공하는 지원금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중국·미국·유럽 등 한국보다 큰 시장의 이통사들이 삼성전자에게 국내 지원금보다 많은 금액을 요구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해외 이통사들의 협상을 위해 국내 지원금을 줄여 오히려 기존보다 비싼 가격에 단말기를 구입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완전자급제도 이슈다. 완전자급제는 단말기 판매와 이통 서비스 가입의 분리를 지향한다. 소비자가 원하는 단말기를 원하는 곳에서 구입해, 마음에 드는 이통사를 선택해 서비스에 가입하는 방식이다. 현재는 이통사가 단말기 판매와 서비스 가입을 함께 맡고 있다. 이통사의 특정 요금제에 가입해 공시지원금을 받거나, 선택약정할인(20%)을 선택할 수 있다. 일부 국회의원과 시민단체 등은 완전자급제를 이상적인 모델로 꼽고 있다. 단말기와 이통 서비스가 각자 경쟁하도록 함으로써 가격 인하를 유도하고, 소비자는 약정기간에 얽매이지 않도록 한다는 취지다.
완전자급제를 도입하더라도 고착화된 국내 이통 시장 구조를 감안하면 경쟁 유발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통 3사가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어 마케팅비를 늘리며 무리한 경쟁을 벌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으로 돌아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제조사도 이통사에 맡겼던 단말기 유통을 스스로 하게 되면 비용 부담이 늘어 출고가 인하에 나서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일선 판매점들은 완전자급제에 대해 특히 민감하다. 단말기 유통을 제조사가 스스로 하게 되면 판매점의 존재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유 후보자는 완전자급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그는 인사청문회에서 "완전자급제는 중장기적으로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어느 정도 준비를 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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