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수당, 돈 줄여서라도 많은 사람 혜택 줘야"
청년이 본 청년수당 "대상자 너무 적어"…관리자 충원은 해결 시급
2017-09-11 06:00:00 2017-09-11 06:00:00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이 본궤도에 올랐다. 갈등을 겪던 보건복지부도 새 정부 출범과 함께 힘을 보태고 있다. 고무된 박원순 서울시장은 예비비를 써서라도 나머지 수당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청년수당’이 갈 길은 여전히 멀다. 혜택 대상자가 너무 적고 관리 인력이 턱없이 모자라는 등 개선·보완해야 할 문제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올해 2기 대상자에 대한 3회분 수당 지급이 완료된 시점에서 정책 제안자이며 대상자인 청년들의 의견을 직접 들어봤다.(편집자주)
 
취업준비생 임경묵(27)씨는 수당 대부분을 취업과 관련한 직접비로 지출했다. 공부할 공간이 절실했던 임씨는 우선 독서실(15만원)을 등록했고, 신용분석사 자격증 취득을 위한 인터넷 강의(25만원)와 교재(3만원)를 구매했다. 남은 비용으로는 독서실 근처 편의점에서 끼니를 해결했다. 임씨는 “취업에만 몰두할 수 있게 시에서 도와준다는 게 굉장히 고마웠다”고 말했다.
 
임씨는 청년수당 대상자가 된 이후 아르바이트를 그만뒀다. 그는 “취업준비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게 무척 버거웠다”며 “지금처럼만 집중해서 준비하다면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취업에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돈이라기 보다 친구 얻은 기분"
 
몸이 아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후 재취업을 준비 중인 이재향(27·여)씨. 취업 준비 과정에서 이씨를 가장 괴롭히는 건 ‘고독’이다. 이씨는 청년수당 대상자로 지내며 가장 좋은 점으로 외로움을 달래줄 누군가를 얻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50만원을 지원받는 느낌보다는 각박한 현실에서 함께 고민을 나눌 친구와 시간을 얻은 기분”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는 희망자에 한해 ‘어슬렁반상회’나 인문학강좌 등 다양한 활동지원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김정은(34·여) 센터 홍보담당자는 “심리정서 지원프로그램이나 어슬렁반상회는 참석률이 100%에 달한다”며 “오히려 신청자가 많아 곤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청년들 상처 안 받게 적극 홍보 필요" 
 
올해 청년수당 신청에 가까스로 성공한 이청원(28)씨는 “마감 이틀 전에서야 알았는데 생각보다 준비해야 할 서류들이 많았다. 저 처럼 모집을 늦게 알거나 몰라서 신청을 못한 청년도 많을 것 같다”고 우려하면서 더 많은 청년들의 신청을 위해 서울시의 보다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기사 댓글 중 ‘서울시가 백수들 모아 돈 주고 무위도식하게 만든다’는 내용을 봤다. 시가 청년수당의 취지를 잘 홍보해서 청년들이 상처받지 않고, 많은 분들이 신청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씨 역시 지원대상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했다. 그는 특히 지원금을 줄여서라도 대상자를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임씨는 “청년수당을 비판하시는 분들 중에는 ‘왜 이렇게 금액이 많느냐’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20만원으로 줄이더라도 더 많은 청년들이 선정된다면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상관없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오후 ‘어슬렁반상회’(라라랜드)에 참석한 청년들이 직접 작사·작곡한 곡을 합주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
 
지출 문제 있으면 엄격 소명
 
시행 초기 일각에서는 청년수당을 향한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대표적인 주장이 ‘도덕적 해이’다. 청년들이 구직활동과 무관한 곳에 수당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이를 사전에 방지하고자 시는 올해부터 현금 대신 유흥업종·오락실 같은 곳에선 사용이 안 되는 ‘클린카드’를 지급했다. 강석 서울혁신기획관 청년정책담당관은 “지난달 사용한 340개 업종에 대한 금융정보를 분석하고 있다”며 “문제가 있는 지출의 경우 청년들에게 소명절차를 거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년들도 이런 비판을 알기 때문에 신중하게 지출한다. 이씨는 “제 돈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함부로 쓰지 못하겠다”며 “취업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만 쓰려다 보니 부담감도 있다”고 말했다. 센터 관계자는 “대부분이 결과보고서를 너무 자세하게 작성해 오히려 그분들에게 도덕성을 강요하는 게 아닌지 걱정”이라고도 말했다. 
 
담당 매니저 1명이 700~800명 관리 
 
이렇다 할 국내 선례가 없는 만큼 운영에 있어 어려움도 발생한다. 가장 큰 문제는 부족한 운영 인력이다. 올해 선정 대상자는 5000여명. 여기에 재지급 예정인 지난해 대상자를 더하면 전체 인원은 6000여명에 이를 전망이다. 
 
하지만 센터 전체 직원 21명 중 이들을 담당하는 매니저는 고작 6명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매니저 한 명당 최소 700~800명의 청년을 책임져야 한다. 청년을 위한 정책이지만 되레 청년 당사자들이 고통 받는 게 현실이다. 
 
안예슬 매니저(28·여)는 “청년들의 관심사를 파악해 센터 정보를 전달해주는 게 제 역할인데, 여력이 안 된다”며 “심한 매니저는 혼자 5개 자치구를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청년들과의 소통이 제한적인 것도 문제다. 안 매니저는 “청년들의 문제가 곧 매니저들의 문제인데 지원프로그램별 담당자도 한 명인 수준에서 청년들과 깊은 유대를 맺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제2기 청년수당 대상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7월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대강당에 ‘서울청년 오리엔테이션’이 열리고 있다. 사진/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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