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연내 출범이 어렵다는 전망까지 나왔던 초대형 투자은행(IB) 출범이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이 경쟁 증권사들을 제치고 가장 먼저 발행어음 업무를 개시할 것으로 보이면서 선점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1일 5개 증권사(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KB증권·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 중 발행어음 등 단기금융업 업무는 한국투자증권에만 허용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단기 금융상품이며, 초대형 IB로 지정되면 자기자본의 두 배까지 발행할 수 있다.
최종 의결은 오는 8일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결정되며, 만약 한국투자증권이 인가를 받는다면 초대형 IB 1호 증권사가 된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올해 6월 10명 내외로 구성된 종합금융투자실 준비조직을 신설해 초대형 IB 인가절차를 준비해 왔으며, 당국 인가 후 정식부서로 전환할 계획”이라면서 “업계 최고 수준인 IB 역량을 활용해 경쟁력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특히 발행어음 사업은 결국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 역랑에 따라 판도가 좌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초 초대형 IB는 지난 8월 출범 예정이었지만 금융당국의 결정이 계속 지연되면서 시장의 우려섟인 소리가 높았다. 일각에서는 정권 교체 이후 초대형 IB에 대한 당국의 관점이 달라졌다면서 연내 출범이 어렵거나 심지어는 방안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증선위 결정으로 초대형 IB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본다”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결과 이후로 발행어음 인가 심사가 보류된 삼성증권을 제외한 나머지 증권사(미래대우·NH·KB)들도 조만간 당국의 승인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이 먼저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을 경우 시장 선점효과가 예상된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투자증권이 별도의 운용부서를 신설해 사업준비를 하고 있었으며, 초기 단계에서도 1조원 규모까지는 빠르게 사업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에 따라 초대형 IB 사업영역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금융위 정례회의 결과가 확인되면 구체적 자금조달 및 운용계획을 확인하고 실적 전망치에 반영할 예정”이라며 “증권업종 최선호 종목으로 한국금융지주를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발행어음 사업의 운용마진을 1~1.5%로 추정하고 있다. 만약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 부문에 1조원의 자금을 조달한다면 순이익은 100억~150억원 수준이다.
원재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발행어음 업무가 허용되면 증권사가 첫 해에 인식할 관련 순이익은 100억원 내외로 예상된다”면서 “만약 자기자본의 두 배까지 자금조달 규모가 증가하고 운용마진도 2%로 개선된다면 이론적으로 1600억원까지도 순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국투자증권이 초대형 IB 1호가 유력해지면서 시장 선점효과가 점쳐지고 있다. 사진/한국투자증권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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