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새해 이동통신사 수장들 앞에 놓인 과제가 만만치 않다. 지난해 정부의 가계 통신비 인하 정책으로 홍역을 치른 이통3사 최고경영자(CEO)들은 변함없는 정책 리스크 속에 새해 벽두부터 5G 전쟁터로 내몰렸다. 정체된 이동통신 시장을 대체할 새로운 먹거리 창출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왼쪽부터)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황창규 KT 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사진/각사
취임 2년째를 맞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정체된 실적 타개가 당면 과제다. SK텔레콤은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서 50% 안팎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1위 사업자다. 하지만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실적은 제자리다. SK텔레콤의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39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 줄었다. 수익성 지표인 ARPU(가입자당평균매출)는 3분기 3만5488원으로, 1년 전(3만5471원) 수준에 머물렀다.
KT와의 5G 주도권 경쟁과 함께 지난해 초 발표했던 뉴ICT 생태계 구축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박 사장은 뉴ICT 생태계 조성에 5조원, 미래형 네트워크 투자에 6조원 등 총 11조원의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자회사 SK하이닉스의 일본 도시바메모리 지분 인수와 정부의 통신비 인하 이슈에 대응하느라 투자 이행을 챙길 여력이 없었다. 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의 커뮤니케이션위원장 업무도 부담이었다.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이 마무리되고, 커뮤니케이션위원장 부담도 내려놓은 만큼 새해를 준비하는 부담은 덜었다.
황창규 KT 회장은 내달 9일 개막하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선보일 5G 시범서비스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최대 과제다. KT는 이번 올림픽 무선통신 분야 공식 파트너다. KT는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올림픽 무대에서 5G망과 결합된 가상현실(VR)·증강현실(AR)·자율주행차 등의 시범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황 회장은 2일 신년사를 통해 "평창 5G 성공을 바탕으로 5G 상용화의 주도권을 확실히 하고,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 등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만드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간의 우려를 뒤엎고 임기도 완주해야 한다. 5G로 꾸밀 평창올림픽이 그의 거취를 결정하는 1차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황 회장은 지난해 2월 주주총회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연임 직후에는 과거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됐던 CEO 교체의 잔혹사가 그를 괴롭히고 있다. 지난해 10월30일 국정감사에서는 "그만둘 생각이 있냐"는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노골적 질의까지 마주해야 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일부 연루된 점이 아킬레스건이다. KT는 지난 2002년 민영화됐지만 재계에서는 주인 없는 기업으로 통한다. 지난해 9월 기준 KT의 최대주주는 11.20%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이다.
임기 3년째를 맞은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경쟁사들에 비해 뒤처진 5G와 AI 분야에서 얼마나 만회할지가 관건이다. SK텔레콤과 KT는 5G 국제 표준 작업과 함께 상용화에 힘을 쏟고 있다. LG유플러스도 지난해 12월 조직개편을 통해 5G 추진단을 신설하며 5G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뒤늦은 감이 있다. AI도 자체 플랫폼을 갖춘 SK텔레콤(누구), KT(기가지니)에 비해 출발이 늦었다. LG유플러스는 자체 AI플랫폼 없이 네이버(클로바)와 손잡고 지난달 '우리집AI' 스피커를 출시했다.
권 부회장 재임 기간 중 LG유플러스 실적은 경쟁사 대비 독보적으로 우상향을 보이며 재무통이던 그의 경영능력이 다시 한 번 입증됐다. 다만 비용절감에만 집중, 투자와 미래 먹거리 발굴 등에는 소홀했다는 일부 지적은 되레 재무통인 그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목으로 다가온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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