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저소득층을 위해 마련한 장기전세임대주택(시프트) 사업이 좌초될 위기다. 임대료가 높은 강남권을 중심으로 빈 집이 늘어나 실효성 논란에 빠졌다. 서울시는 올해 시프트 공급 물량을 축소했고, 빈 집을 채우기 위해 소득기준 완화도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매각이나 월세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29일 서울시와 SH공사에 따르면 올해 공급되는 시프트 물량은 고척동 11가구와 강변SK뷰 20가구 등 총 31가구다. SH공사 관계자는 “여러 가지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어 사실상 시프트 물량을 줄이고 행복주택 등으로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프트의 가장 큰 문제는 강남권을 중심으로 임대료가 높아 빈 집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프트는 주변 시세의 80% 내에서 20년간 이용할 수 있지만, 강남권은 주변 시세가 워낙 높아 저소득층 입주가 쉽지 않다.
이에 서울시와 SH공사는 빈 집으로 남아 있는 강남권 시프트 임차인을 찾기 위해 현재 규정된 소득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소득기준을 완화해 더 많은 사람이 청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현재 시프트에 입주하기 위한 소득 기준은 지역과 평형 등에 따라 근로자평균임금의 70%~120%까지 다양하다. 강남권 시프트는 대부분 120% 이하의 소득 기준을 적용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강남권 빈 집을 중심으로 소득기준을 법적 최고 한도인 150% 내에서 완화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서울시는 조만간 정확한 기준을 마련해 올해 신규 분양하는 시프트와 함께 4월 중 모집공고를 낼 예정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소득 기준을 완화할 경우 저소득층 주거 안정을 위한다는 시프트의 취지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소득층이 아니라 중산층을 위한 정책으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소득 기준을 최대한 올려도 보증금이 수억원에 달해 임차인을 찾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소득기준 완화 이후에도 임차인을 찾지 못할 경우 서울시가 법적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은 더이상 없다. 일각에서는 시프트를 매각하거나 월세 등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다.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시프트는 집이 비어 있어도 법적으로 20년간 현재 전세형태를 유지해야 된다. 법 개정이 이뤄지기 전에는 매각과 월세 전환이 쉽지 않다.
다수 전문가들은 강남권 시프트를 공실로 남겨 놓을 수 없다는 점에서 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매각이나 월세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실을 어떻게든 채워야 되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법을 바꿔서라도 매각이나 월세 등으로 바꾸는 것이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인호 숭실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월세 등으로 바꾸고, 월세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구청에서 바우처 제도 등을 활용해 본래 취지에 맞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장기전세임대주택이 들어선 은평2지구, 상계장암지구, 구로동 경남아너스빌, 반포레미안퍼스티지.사진/뉴시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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