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취재기자이기 전에 한민족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악수를 나누는 순간, 일산 킨텍스에 마련된 프레스룸도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일산 킨텍스 현장 프레스룸은 오전 9시27분 김 위원장이 북측 판문각 지역에 모습을 드러내자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우리 측 카메라에 잡힌 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에 내려오는 비현실적인 장면에 한 기자는 “이거 현실이냐”라고 혼잣말을 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악수를 나누는 순간이 대형 화면으로 중계되자 웅성거림은 환호성과 박수로 바뀌었다. 프레스룸의 기자들은 어느새 기사를 작성하는 손을 멈추고 다들 멍하게 생중계 화면만을 지켜봤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안내해 경계선을 넘어 북쪽 땅을 밟는 순간에는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김 위원장이 이벤트를 좀 안다”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두 정상이 경계선 너머 북쪽으로 간 것도 예정에 없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열식을 마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회담장인 평화의집으로 이동할 때는 폭소가 터져나왔다. 양 정상만 걸어가야 할 장면에 북측 김여정 제1부부장과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수행했기 때문이다. 북측관계자가 부랴부랴 두 사람을 떼내는 장면이 고스란히 생중계 됐다.
평화의집에서도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됐다. 양 정상이 북한산 그림 앞에서 이야기를 나눌 때 남북 카메라 기자들이 좀 더 좋은 장면을 찍기 위해 경쟁하듯 화면을 가렸기 때문이다. 중계 화면을 가득 메운 북측 기자의 뒷모습에 프레스룸에 있던 한 사진기자가 “앞에”(‘화면 가리니 비껴’라는 뜻의 기자용어)라고 외쳤고 현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한 기자는 “남쪽이나 북쪽이나 기자는 똑같다”며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고 평가했다.
남북 정상회담 생중계 과정에서 북한 취재기자의 뒷모습이 화면을 가리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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