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해곤 기자]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가 태양광발전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우디 뿐만아니라 UAE(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 중동 국가들이 잇따라 태양광발전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정부는 원전 수출에만 집중하고 있어 태양광발전소 건설 수주 등 관련 부문에서 성과가 나오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13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사우디는 오는 2020년까지 약 3.45GW(기가와트) 규모의 태양광·풍력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지난 2016년 기준 전세계 태양광발전량이 30만㎿였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다.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사우디 왕세자는 장기 경제계획인 '비전 2030'을 제시, 2023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10%까지 끌어올리겠는 목표다. 이를 위해 앞으로 6년 간 300억~500억달러를 투자할 방침이다.
최근 사우디는 이 계획의 일환으로 일본 소프트뱅크와 2030년까지 2000억 달러를 투자해 200GW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사우디에 짓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이 발전소가 완성될 경우 세계 최대의 태양광발전소가 된다. 사우디는 소프트뱅크와의 태양광 프로젝트를 통해 일자리 10만개를 확보하고 국내총생산(GDP)도 120억 달러가량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UAE 역시 'UAE 비전 2021'을 통해 2050년까지 1634억 달러를 투자해 전력 생산의 44%를 신재생에너지로 조달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는 세계 최대 규모의 태양광 공원을 건설한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카타르도 2030년까지 전체 발전원에서 태양광 발전 비중을 45%로 늘리기로 했으며 쿠웨이트, 바레인 등도 태양광 설비를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처럼 중동 국가들이 재생에너지를 비롯해 태양광발전에 뛰어드는 이유는 이에 최적화된 자연 조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동은 풍부한 일조량과 추가 개발이 필요 없는 넓은 면적을 갖추고 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걸프협력회의(GCC) 국가 면적의 60%가 태양광발전에 적합한 기후조건을 갖추고 있고, 해당 면적 중 1%만 개발된다 해도 470GW 규모의 발전용량 건설이 가능한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에너지전환 정책을 강하게 추진 중인 한국은 해외에서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3월 사우디를 방문해 칼리드 알팔리 에너지산업광물자원부 장관과 만나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와 ESS 등 에너지 신산업 협력 강화에 합의했다. 하지만 이후 이렇다 할 후속조치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앞서 1월에는 한국을 찾은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UAE 아부다비 행정청장은 백 장관을 만나 300㎿급 사우디 태양광발전소 건설사업에 한국과 공동 진출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후 우리 정부는 UAE 측과 별다른 논의를 진행하지 못했고, 결국 이 사업도 일본이 따냈다.
이같은 분위기에 대해 에너지 업계는 중동의 태양광발전 진출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한국 정부가 사우디 원전 사업 수주를 위해 적극 노력하듯이 태양광사업도 정책적으로 지원 및 서포트를 해주고 분위기를 조성해 줄 필요가 있다"며 "그래야 이번 사우디 태양광 사업처럼 강건너 불구경만하는 사례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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