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해곤 기자] 200억달러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출 전선에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서 원전 업계는 불안한 반면 정부는 이에 대해 느긋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4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가 추진 중인 원전 건설의 예비사업자(숏리스트) 선정이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당초 정부와 업계는 5월 중으로 원전 2기 건설에 대한 예비사업자 선정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했다.
사우디는 대규모 원전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2030년까지 1.4GW 규모의 원전 2기를 건설하고 2040년까지는 총 17.6GW규모의 원전 16기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한국은 2030년까지 건설하는 원전 2기의 수주전에 참여했다. 특히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출을 계기로 중동 원전 수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고, 정부도 이에 대해 큰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산업광물자원부 장관 등 사우디 에너지 정책 담당자들을 만나 원전 수주 의지를 적극 밝히는 등 행보를 이어왔다. 한 정부 관계자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과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이 수주 경쟁에 뛰어들었고, 이 가운데 한국이 가장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원전 업계는 이 같은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예비사업자 선정이 늦어지면서 수주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닌지 불안에 떨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우디의 라마단(이슬람의 금식기간·5월 17일~6월14일) 기간과 함께 최근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신변 이상 소식 등이 원전 입찰 소식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 제1부총리, 경제개발부문 이사회 의장 등으로 사우디 내 산업 및 에너지 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최근 한달 여 동안 공식석상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아 사망설이 돌고 있기도 하다. 얼마 전 그의 외부 활동 사진 등이 공개 됐지만 과거 사진으로 판명되면서 신변이상설이 이어지고 있다. 만약 빈 살만 왕세자에게 문제가 생겼다면 원전 예비사업자 선정은 상당 기간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예비사업자 선정이 늦어질 경우 한국이 가지고 있던 유리한 상황들에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과 프랑스, 러시아 등 수주 경쟁자들의 원전 세일즈가 거세진다면 당초 유리했던 입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최종사업자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사업자 선정이 지연되면서 이 같은 분위기가 약해지고 있다"며 "정부가 사우디 내 분위기를 파악하고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정부는 급할 것이 없다는 분위기다. 정부 관계자는 "사우디 왕정 특성상 다른 경쟁국들도 정보를 알 수 없는 상황이 비슷할 것"이라며 "소수 인력이 업무를 관장하고 있기 때문에 큰 정보를 얻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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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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