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성 기자] 경제 전문가들은 내년도 예산을 투자 활성화에 집중 투입한다는 정부 방침의 방향성 측면에선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효율성 측면에서는 다소 부정적인 의견을 개진했다. 또 고용 상황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란 의견이 우세했다. 사실상 경제 활성화를 위해 내건 정부 정책이 완성도 측면에서는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각부처 장관들이 1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2019년 경제정책방향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17일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정부의 기존 정책보다는 발전한 것 같다"면서 "앞으로 투자 효율성이나 연구개발(R&D)분야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정부가 내건 저소득층 지원에 집중된 정책에서 투자를 늘리겠다는 이번 방향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김 교수는 "투자 확장을 통해서도 분배 등의 측면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만 투자만 한다고 성장률이 확 오르거나 하긴 어렵기 때문에 효율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자리 문제에 대해서는 부정적이 견해를 나타냈다. 김 교수는 "(최저임금이) 이미 정해져버린 상황에서 취업시장이 올해보다 나아질 것 같지 않다"면서 "이미 너무 올렸기 때문에 앞으로 속도조절을 하더라도 힘들다"고 내다봤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경제 상황에서는 경제정책방향에 들어가 있는 투자 활력 제고 부분 등의 방침이 맞다"면서 "투자가 정부 주도로 가느냐, 민간주도로 가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민간 투자가 ICT 등 특정업종과 위기지역 등에 집중된 측면이 있어, 전반적으로 다소 빈약하다는 평가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정 연구위원도 정책의 효율성을 강조했다. 그는 "규제혁신과 R&D 강화 등의 내용은 앞서 지난 8월 발표한 대책에 담겨져 있다"면서 "정부가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기업이 체감하기에는 부족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노동생산성 격차가 크다"면서 "서비스업이 다른 주요 선진국보다 경쟁력도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고 서비스업을 조금 더 키울수 있는 방향이 담기지 않은 게 아쉽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 등 분배정책 필요하지만 결과적으로 정부에서 하려고 하는 고용창출 등을 위해선 우선 산업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면서 "우선순위로 산업경쟁력 강화를 먼저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부의 대책이 투자 활성화와 고용창출을 모두 끌어올리고자 하는 방향에 대한 지적이다. 우선순위를 두고 집중 과제를 선정해 해결한 이후 다음 정책을 추진하는 목표가 필요하다는 게 정 위원의 설명이다.
김기홍 경기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정부 정책의 방향성에 공감하면서도 한계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김 교수는 "투자 활성화와 주력산업 육성은 방향을 잘 잡았지만, 일단은 정부가 주도를 하는 투자와 고용은 한계가 명확하다"면서 "민간이 적극적 투자할 수 있도록 투자 여건 조성이라던가 그게 우선적으로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 경제 전망에 대해선 "내년도 미중 무역 마찰이나 주력사업 분야에서 많이 약화될 것이기 때문에 국제수지가 좋지 못할 것"이라며 "올해 자동차와 반도체 산업도 꺾이고 있어 내년에도 상당한 위기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내년 경제가 어둡다는 데 한표를 던졌다. 양 교수는 "미중 무역분쟁 불확실성도 남아있고, 수출부분 어려움이 있다"면서 "내놓은 대책이 최저임금 인상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직접적인 처방은 담기지 않았다"면서 "어려운 중소상인들이 문닫는 일이 올해와 같이 재현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양 교수는 "민간 투자 활성화 방안을 내놨지만, 규제 완화라던지, 저변 여건을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이런 문제들이 변화하지 않는 상황에서 민간 투자 운운하는 건 좀 문제가 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경제가 위기라고 하는데, 지금 상황을 정부가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 지 모르겠다"면서 "위기의식 방안이 안보이는 대책같이 보인다"고 꼬집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투자 활력을 제고할 수 있는 규제개혁 노력의 현실적인 결실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앞으로 주력산업 업황 악화 등 면밀히 분석해 다각적인 대책이 필요하고, 가계도 소득 여건이 개선될 수 있도록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야 할때”라고 조언했다.
한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19년 경제정책방향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일반국민 1000명과 경제전문가 307명을 대상으로 경제정책방향의 우선순위를 물었는데 전문가 62.7%가 경제활력 제고를 꼽았다. 다음으로 경제·사회구조 혁신 29.3%, 포용성 강화 3.6%, 미래 대비 4.6% 등의 순이었다. 이반국민은 미래 대비에 28.6%로 가장 높은 과제로 꼽았고, 다음으로 경제·사회구조 혁신 28.4%, 경제활력제고 26.8% 등이었다.
경제활력 제고의 우선과제로 전문가 64.2%는 투자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이를 위한 역점 과제로는 금융·세제 지원이 33.2%로 가장 많았다. 신산업 지원은 31.6%, 민간투자사업 제도 개선은 18.9%로 집계됐다.
세종·서울=박진아·이진성·조용훈기자 jinl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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