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최근 일본 초계기의 위협 비행으로 한일 관계가 긴장된 가운데 밀실 협정 논란을 일으킨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협상과정과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참여연대가 지난 2012년 이뤄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협상의 과정과 내용을 공개하라며 외교부장관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상고심에서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고 법리 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한다”고 26일 밝혔다.
지난해 7월17일 시민단체들이 국방부 앞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 촉구 기자회견 직후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한일 양국은 2011∼2012년까지 협의를 거쳐 북핵 및 미사일 관련 정보 공유 등을 위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에 임시 서명했고, 정부는 2012년 6월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이 협정을 즉석 안건으로 상정해 통과시켰다. 그러나 협정을 밀실에서 졸속 처리했다는 논란이 일자 정부는 정식 서명을 보류했다. 이에 참여연대는 2013년 정부를 상대로 협정 논의와 체결과정을 담은 회의록을 공개하라고 청구했으나 "중대한 국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비공개했다.
이에 참여연대는 “협정이 군사비밀정보 자체에 대한 것이 아니라 정보를 어떻게 공유해 보호할 지에 대한 것이고, 비밀리에 졸속으로 처리된 과정에 비춰 볼 때 그 체결과정과 내용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할 공익적 필요성이 있다”며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또 “일부가 비공개 사유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공개 가능한 부분을 분리해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은 “군사비밀이 직접적으로 담겨 있지 않아 국가의 안보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협정이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즉석 안건으로 상정돼 처리된 과정에서 공청회 등 여론 수렴 과정이 없었던 점,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 특수성과 협정 추진 배경에 미국의 압력이 있었는지 여부 및 밀실협상·졸속처리 등 의혹을 파악하기 위해 체결 경위와 내용을 공개해야 할 객관적 필요성이 커 보이는 점 등에 비춰 비공개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상당 부분의 내용에 대해 정보공개 거부처분을 취소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양국 간에 제기된 구체적 주장과 대응 내용, 주제별 협의사항 및 양국의 견해 차이와 이에 대한 교섭전략 등 양국의 외교적 비밀 사항이 포함돼 있다”면서 “정보가 공개되면, 협정 체결 관련 우리나라의 대응전략이나 일본 측의 입장에 관한 내용이 그대로 노출돼 향후 유사한 협정을 체결할 때 상대 국가들의 교섭 정보로 활용될 여지가 충분할 뿐만 아니라 상대국과의 외교적 신뢰관계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전부 기각했다. 재판부는 일부 가능한 부분에 대한 분리 공개와 관련해서도 “정보가 상호 유기적으로 결합돼 있어 공개 가능한 부분을 용이하게 분리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목록의 공개만으로도 논의 내용과 전략을 추론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해 부분공개도 가능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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