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아마추어 축구 경기 도중 센터링 상황에서 다이빙하다가 상대방 공격수와 부딪히며 사지가 마비된 골키퍼에 대해 대법원이 격렬한 축구 경기 특성을 생각할 때 일반적으로 경합할 만한 상황으로 공격수가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김모씨와 가족들이 장모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대법원은 "골키퍼인 김씨가 공을 쳐 내기 위해 왼쪽 후방으로 점프했으나 공에 닿지 못했고 장씨는 공을 쫓아 움직이다가 착지 중이던 김씨와 충돌했다. 공의 궤적, 김씨와 장씨의 진행 방향, 충돌지점 등에 비춰 충돌 직전 상황은 골키퍼와 공격수가 날아오는 공을 선점하기 위해 경합할 만한 상황"이라며 "장씨가 충돌지점까지 빠른 속력으로 달려가다가 충돌한 것이라고 해도 이와 같은 공 경합 상황이라면 장씨는 공의 궤적을 쫓은 것이고 김씨의 움직임을 미처 인지하지 못했거나 인지했더라도 충돌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장씨가 김씨와 충돌하는 과정에서 축구경기의 규칙을 위반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고, 규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보더라도 위반 정도가 무겁다고 보기도 어렵다. 격렬한 신체접촉이 수반되는 축구경기의 내재적 위험성, 골대 앞으로 날아오는 공을 두고 공격수와 골키퍼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신체접촉의 일반적인 형태 등에 비춰도 장씨의 행위가 사회적 상당성의 범위를 벗어나 김씨에 대한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원심이 '장씨가 김씨 쪽으로 빠른 속력으로 무모하게 달려갔다'고 인정한 것이 공의 궤적과 상관없이 무작정 김씨 쪽으로 돌진한 것이라는 의미라면, 이와 같은 충돌 상황과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김씨의 친구로서 1심에서 증언한 허모씨의 발언 중 '장씨는 공을 따라간 것이고 반칙이라기보다는 무리한 플레이인 것 같다'는 등의 내용과도 모순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운동경기에 참여하면 경기규칙을 준수하면서 다른 경기자 등의 생명이나 신체의 안전을 확보해야 할 신의칙상 주의의무인 안전배려의무가 있다. 다만 신체적 접촉을 통해 승부를 이끌어내는 축구나 농구는 경기 자체에 내재한 부상 위험이 있고, 참가자들은 예상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의 위험은 어느 정도 감수하고 경기에 참여하는 것"이라며 "운동경기에 참여한 자가 앞서 본 주의의무를 다했는지는 해당 경기의 종류와 위험성, 당시 경기 진행 상황 등을 고려하되 사회적 상당성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면 이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김씨는 지난 2014년 7월 조기축구회 축구 경기에서 골키퍼로 뛰면서 골문 앞으로 공을 쳐 내려고 다이빙 점프를 하다가 착지 도중 상대팀 공격수인 장씨와 충돌했다. 김씨 머리와 장씨 허리가 부딪히면서 김씨는 목척수 손상·외상성 추간판 파열 등의 상해를 입고 사지마비를 이유로 지체장애 판정을 받았다. 이에 김씨와 가족들은 장씨가 축구경기 중 상대방 선수인 김씨에 대한 보호의무·안전배려의무 등을 위반해 사고가 발생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둘의 경합 상태는 축구경기에서 흔하게 일어날 수 있는 것으로, 그 과정에서의 신체적 접촉 역시 통상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보인다. 사고 당시 충돌 순간을 피하지 못한 것만으로는 장씨의 행위가 경기규칙에 위반된다거나 위법한 행위라고 볼 수 없다"며 김씨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반면 항소심은 "장씨는 김씨가 다치지 않도록 배려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것임에도, 공을 잡기 위해 높이 점프하는 김씨 쪽으로 빠른 속력으로 무모하게 달려가다가 점프 후 하강하는 김씨와 세게 부딪히는 바람에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보이는 점, 건장한 체격의 장씨로서는 상대방 선수와 충돌시 충격의 정도가 커질 수 있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김씨의 안전을 배려할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봐야 한다"며 장씨가 김씨와 가족 등에게 4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항소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봤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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