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재판에 넘기며 약 8개월 동안 여러 차례 위기가 닥쳤던 사법농단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이 양 전 대법원장·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을 재판에 넘긴 11일은 수사에 착수한 지난해 6월18일 이후 약 8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수사가 예상보다 더 지연됐다는 지적에 검찰 관계자는 이날 "더 빨리 끝날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최대한 신속하게 법이 정한 한도 내에서 저희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며 "수사 의의 등은 국민들이 판단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탄희 판사가 지난 2017년 3월 '사법부 블랙리스트'에 대해 처음 문제를 제기하면서 '사법농단' 의혹이 수면 위로 떠 올랐으나 검찰의 수사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자체 조사팀을 꾸린 대법원은 의혹 제기 한 달 뒤 블랙리스트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는 1차 조사를 발표했지만 논란은 계속됐고 시민단체가 양 전 대법원장 등을 고발한 건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배당됐다. 다만 검찰은 대법원 자체조사를 고려해 본격적인 수사를 유보했다.
대법원은 2018년 1월과 5월 각각 2·3차 자체 조사를 연이어 발표했고 '판사 사찰 문건은 있었으나 블랙리스트 문건은 없었다'는 최종 조사 결과를 내놨다. 사법농단 사태가 불거진 것에 대해 현 사법부 수장으로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국민에게 사과한 바로 다음 날 해당 의혹 당사자인 양 전 대법원장은 자택 앞에서 사법농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후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6월15일 수사 협조 견해를 밝혔고 사흘 뒤 서울중앙지검은 사법농단 고발사건을 특수1부에 재배당해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은 특수1부부터 특수4부까지 매머드급 수사팀을 꾸려 전력을 쏟았으나 수사 초기 법원의 잇따른 압수수색 영장 기각에 강하게 반발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이례적으로 법원의 영장 기각 사유를 조목조목 반박하고 수사 협조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던 법원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몰아붙였다.
법원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검찰이 청구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지난해 9월20일 기각하면서 글자 수 100자 안팎이던 보통 때와 다르게 이례적으로 2800자가 넘는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에 검찰은 노골적인 증거 인멸에 대해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며 법원을 비판했다.
법원과 힘겨루기를 계속하던 검찰은 지난해 10월27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구속하며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지만 지난해 12월7일 임 전 차장의 상급자인 박·고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며 다시 위기를 맞는다. 하지만 사법농단 의혹 최정점에 서 있는 양 전 대법원장을 지난달 24일 구속하며 수사의 활력을 되찾은 뒤 약 3주간 추가 조사 끝에 전직 고위 법관 4명을 재판에 넘겼다.
한동훈(가운데)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제3차장검사가 1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창 브리핑룸에서 사법농단 의혹 혐의로 구속기소 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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