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개인방송을 보다 보면 새로운 고액 보수를 챙길 신종 직업을 선점한 것에 부럽다가도 황당함을 느낀다
. 인기 있는 방송자는 별 것 아닌 리액션에도
10만원
~20만원을 덜컥덜컥 받는다
. 가치소비
, 소확행 등 개인 만족을 위해 지갑을 여는 시대에 그걸 두고 뭐라 잘못을 지적하려는 것은 아니다
. 상대적 박탈감은 어쩔 수 없지만
, 그게 정당한 소득인지
, 불로소득인지 따지려 드는 것은 자칫
‘꼰대
’로 낙인찍힐 위험이 있다
.
문제는 법인이 지급하는 보수가 더 황당하다는 점이다. 재벌 총수가 받는 퇴직금은 웬만한 기업 하나를 살 수 있을 정도다. 한진그룹의 고 조양호 회장은 계열사들로부터 수백억 또는 천억대 퇴직금을 받을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있었다. 다수 계열사 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보수를 수령하면서 퇴직금도 눈덩이처럼 쌓였다. 조 회장이 각 계열사에 동시에 출근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비상근 임원 역할을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계열사 상근임원 평균 보수로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보수를 챙기는 것에 납득하기 어렵다.
최근 그 후계들은 동일인 지정을 두고 다툼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욕심이 날 만한 자리다. 동일인은 사실 공정거래법 등 기업집단 운영과정에 생기는 부정, 부패를 감시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묻고자 지정하는 자리인데 본질과 다르게 황금방석으로 묘사되고 있다. 마치 정부가 왕좌를 지정해주는 것처럼 왜곡됐다. 본래 의미를 생각하면 회사에 위기를 불러온 장본인들이 그 자리를 탐낸다는 것 자체가 황당하다. 금호아시아나항공을 팔게 된 박삼구 회장 역시 고액의 퇴직금을 챙길 것으로 예상됐다. 경영실패로 자리에서 물러난 것인데 보수는 책임과 거리가 멀다.
재벌 총수일가의 고액보수 수령 문제는 기업이 감추고 있던 것인데 지난해 하반기 이후 5억원 이상 수령 미등기임원 보수가 공개되면서 드러났다. 그동안 재벌 총수일가는 실질적 무소불위 지배력을 행사하면서도 등기임원은 기피해왔다. 보수 공개뿐만 아니라 추후 이사회 결정에 따른 경영실패나 배임 소지를 회피하려는 의도가 없지 않다. 그러다 보수 부분이 한 꺼풀 벗겨진 참이다.
보수 책정의 불합리성은 중견기업에서 더하다. 한신공영은 최용선 회장에게 지난해 74억여원 보수를 지급했다. 회사의 연간 배당 총액보다 많다. 63억여원은 퇴직금 중간정산분인데 과거 횡령에 뇌물공여 등으로 회사 이미지를 손상시킨 최 회장이 퇴직금을 온전히 수령하는 것에 의문이 있다.
특히 미등기임원인 최 회장은 등기임원들보다 월등히 높은 급여를 받고 있다. 지난해 경제개혁연대가 반기보고서를 바탕으로 대규모기업집단 소속 상장회사를 분석했는데, 보수가 공시된 미등기 동일인 중 등기임원보다 보수가 높은 임원은 9명이었다. 이들은 일반임직원 중 최고 급여 등 수령자의 1.36배 높은 급여를 받아 문제시 됐다. 그런데 최 회장은 등기임원 평균 보수보다 8배 가깝다.
등기임원 보수는 주주총회를 통해 주주들의 심사를 받는다. 과도한 보수는 주주가치를 훼손하기 때문에 적정 보수체계를 산정하는 것이다. 감시에 벗어나 있는 미등기임원이 그보다 높은 보수를 수령한다면 주총은 의미가 없고 상장기업으로서 자격미달이다. 미등기임원은 원칙적으로 이사회 의사결정에 관여할 수 없고 그에 따른 책임도 지지 않는다. 미등기임원의 보수가 높은 데는 합리성이 결여됐다.
법인은 총수 개인회사가 아니다. 법인 부실로 부채가 짐이 돼도 총수는 면책 받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위기에 처해 주주가치가 훼손됐지만 총수가 사비를 털어 부채를 변제할 의무는 없다. 그러면 법인 통장에서 내 돈 빼 쓰듯 거액 보수를 챙기는 행태도 중단해야 한다.
이재영 산업2부장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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