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그동안 폐기물 처리 업체 등에서 나오는 비산먼지, 쇳가루로 인해 주민 피해를 호소해온 인천 사월마을에 대해 환경부가 주거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다만 주민 암 발병과 주변 공장 배출 물질간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는 것으로 결론 났다.
하지만 사월마을 주민들의 건강권을 책임져야 할 서구청과 인천시 대책 마련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특히 주민들의 핵심 요구 사항인 이주 지원에 관해서는 책임을 전가하는가 하면 절차적 과정도 남아 있어 당장의 대책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20일 인천시에 따르면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 19일 인천 서구 사월마을 내 왕길교회에서 사월마을 건강 영향 조사에 대한 주민 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국립환경과학원은 사월마을이 다른 지역보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고 주야간 소음도가 높게 나온 점, 우울증과 불안증 호소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주거 환경으로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처럼 사월마을이 당장 사람이 살기 힘든 곳으로 판정을 받았지만, 관계 공무원들의 상황 판단은 안일하기만 하다. 설명회 후 만난 서구청 관계자는 “구 같은 경우엔 주거 환경 개선을 하는 것 외에 다른 대책을 할 수 있는 건 없다”면서 “이주 지원은 구가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인천시나 환경부 쪽에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어제 허종식 정무부시장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매립지 주변 환경 피해 대응 TF(태스크포스)팀을 만들었다. 여기엔 정무부시장 외에 서구청 부구청장도 참여하며 환경국장을 팀장으로 한 실무 TF팀도 별도로 꾸렸다.
인천시 관계자는 “시에서는 일단 주민 피해가 있고 주거 환경이 부적합하다고 하니까 TF팀을 만들어서 서구청과 대책을 검토해 나가자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TF팀이 실질적인 기능을 하기까지는 아직 요원한 상황이다. 인천시 도시개발계획에서 북부권 종합발전계획 수립 용역을 진행 중인데 여기서 나온 주민 설문 조사 결과를 반영해야 하는 등 절차적 과정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사월마을 민간조사협의회 위원들과 설명회에서 나온 주민 의견을 종합적으로 취합해 북부권 종합발전계획이나 2040 도시기본계획에 실는 방향으로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민들이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이주 지원과 관련해서는 난색을 표했다. 이와 관련 인천시 관계자는 “이주라는 것이 쉬운 문제는 아니다”라며 “사월마을만 그런 것도 아니고, 사월마을 1km 반경 안에 있는 마을들에 대해 종합적으로 실태를 파악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사월마을만 이주 지원을 해줘야 하는지 종합발전계획 용역에 함께 요청해 검토가 이뤄져야 할 것 같다”면서 “지금은 이주 지원을 할지 말지 말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당장 주민들의 건강권이 크게 위협 받고 있는 상황인 만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번 건강 영향 조사에 참여한 이관 동국대 의대 교수는 “사월마을은 사실상 난개발 지역으로 공장 입지 등에 대한 법과 제도가 없다”며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책을 논의할 수 있는 협의체 구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주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수도권 매립지 특별 회계 등을 활용해 피해 주민들을 이주시키고 난립한 공장들의 부지를 수용해 수림대 등 완충 녹지와 공원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 19일 인천 서구 사월마을 내 왕길교회에서 사월마을 건강 영향 조사에 대한 주민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정등용 기자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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