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올해 5월 기준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 거주 중인 고려인 수는 약 7만5000명에 달한다. 2016년 3월 약 4만1000명 이후 3만4000여명 증가한 것이다. 인천시 연수구에만 약 9200명이 사는데, 그 중 70%가 연수구 함박마을에 살고 있다. 특히 함박마을 주민 46%가 고려인일 정도로 그 비중은 높다.
이렇게 고려인들의 국내 입국자 수가 증가하는 것은 현지 국가 경제 사정과 방문취업(H-2), 재외동포(F-4) 등 비교적 안정적인 체류 자격 부여가 가능한 것이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를 비롯한 지역사회는 고려인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실질적인 제도적 장치는 미흡한 실정이다. 이에 인천시의회 일부 시의원들이 별도의 연구단체까지 구성해 고려인들을 돕기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 중 더불어민주당 김국환 시의원은 고려인 연구 활동의 대표 의원으로 손꼽힌다.
지난 15일 시의회 의원 사무실에서 만난 김 의원은 “10여년 전부터 다문화 쪽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면서 “당시 청학동에 다문화 가족들이 많이 살았는데, 보통 베트남이나 캄보디아에서 온 분들이 많아 그 분들이 지역 주민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우선 다문화 가족들을 지역 주민들에게 알리는 데 힘썼다. 이벤트로 베트남과 캄보디아, 카자흐스탄의 음식을 만들어 파는 행사를 했는데 음식 가격을 2000원이 안 넘도록 했다. 당시 지역 주민들의 호응이 좋아 구청에서 이 행사를 갖고 갔지만, 그 이후로는 흐지부지 됐다.
이후 김 의원은 이주 고려인에 더 많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특히 한류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외국에서 우리나라로 가고 싶어하는 고려인의 수도 늘어났다고 한다. 이때부터 김 의원은 이주 고려인에 대한 정책적 연구를 결심하게 됐다.
김 의원은 “현황을 파악해보니 고려인들이 인천에 많이 사는데, 그 중에서도 함박마을에만 6500명 살 정도로 많더라”면서 “어린이들만 1000명 되고 학생들은 280명 정도 되는데 이들을 그대로 방치해 버리면 범죄자나 빈민층이 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실제로 이주 고려인들이 음식물 쓰레기를 하수구에 무단으로 버리는 사건도 있었다고 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김 의원은 고려인에 대한 쓰레기 분리 수거 교육과 함께 자율 방범대 조직도 꾸리게 됐다. 연수구 경찰 서장을 만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처음엔 지역 주민들도 고려인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주민들의 관심이 시들해졌고, 지역 정치인들도 표로 연결되지 않다 보니 슬그머니 발을 뺐다. 김 의원은 “난 그런 정치를 안 하겠다고 다짐했다”면서 “결국 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고려인 정착을 돕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체계적인 야학이나 보험, 비자 등 고려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많다”면서 “고려인 센터를 만들면 시스템적으로 관리가 잘 될텐데 지금은 그럼 체계가 없는 것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보다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김 의원은 ‘고려인의 이주 배경과 문화 적응 경험 연구회’란 별도의 연구단체까지 구성했다. 여기엔 더불어민주당 김준식 시의원, 더불어민주당 전재운 시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용선 시의원이 참여하고 있다.
이 연구단체는 인천시가 직면한 고려인 관련 사회적 이슈들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고. 고려인과 지역 주민 간의 사회 통합을 목표로 조직됐다. 현재는 관계 전문가가 참여한 학술토론회를 정기적으로 여는 한편, 지역 주민과 고려인을 연결해주는 다양한 공동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김 의원은 “정치란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고려인 같은 사람들이 잘 사는 나라가 결국 우리가 잘 사는 나라 아니겠냐”며 인터뷰를 마쳤다.
더불어민주당 김국환 인천시의원이 지난 15일 인천시의회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정등용 기자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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