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불리는 제주항공…항공업계 '지각변동'
항공기 대수 45→68대로 '껑충'
노선 점유율도 확대…FSC 아시아나 위협
2019-12-19 05:57:18 2019-12-19 09:22:52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아시아나항공 품기에 실패한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를 통해 '규모의 경제' 전략을 본격화한다. 이번 인수로 제주항공은 대형항공사(FSC)를 위협하는 거대 저비용항공사(LCC)로 도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제주항공은 18일 이스타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실사 등의 과정을 거친 뒤 오는 31일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번 인수는 제주항공이 규모의 경제 효과를 위해 이른바 '몸집 키우기'에 집중한 결과다. 항공업 특성상 규모가 클수록 항공권 공급 단가를 낮출 수 있어 회사는 다른 항공사와의 인수·합병(M&A)을 추진해왔다.
 
이달 기준 제주항공은 45대의 항공기를 운영 중인데 이스타가 운영 중인 23대를 더하면 모두 68대의 항공기를 확보하게 된다. 이는 국내 LCC 업계 2위 진에어 26대의 2배 이상이다. FSC 2위 아시아나는 86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번 인수로 제주항공은 41대에서 18대로 격차를 줄이게 됐다.
 
 
 
업계에 따르면 항공기 대수 증가는 리스료와 연료비 절감에 도움이 된다. 제주항공과 이스타는 모두 미국 항공기 제작사 보잉의 항공기를 사용하고 있는데 한 항공기 제작사에서 빌린 대수가 많을수록 리스료 할인폭이 커지기 때문이다.
 
항공사 비용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연료비 또한 많은 양을 살수록 할인 조건이 다양해져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리스료와 연료비를 줄이면 한 좌석당 단가가 낮아져 다른 항공사보다 항공권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노선 점유율 또한 LCC와의 격차는 늘리고 FSC의 뒤는 바짝 쫓게 됐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올 3분기 기준 제주항공의 국제선 점유율은 14.7%인데 이스타 4.8%를 더하면 19.5%로 늘어난다. 같은 기간 LCC 2위 진에어의 점유율은 7.9%, 티웨이항공은 7.8%다. 33.4%를 차지하는 대한항공은 아직 따라잡기 힘들지만 23% 점유율인 아시아나와는 3.5%p 차이로 격차가 줄었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과의 합병을 통해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사진/뉴시스
 
국내선의 경우 제주항공과 이스타가 힘을 합치면 FSC와 LCC를 모두 제치고 업계 1위로 점유율이 올라간다. 두 회사의 국내선 합산 점유율은 24.8%로 대한항공(23.6%), 아시아나(19.1%)보다 높다.
 
이번 인수로 FSC를 위협하는 '거대 LCC'가 탄생한 만큼 항공 시장 재편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스타와 힘을 합친 제주항공이 물량 공세를 퍼부으면 중소 LCC 경영난은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LCC는 신생 업체 3곳을 포함해 모두 9곳에 이르는데 이는 우리나라보다 인구 수가 많은 미국 9곳, 중국 6곳, 일본 8곳과 비교해도 많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LCC들은 좌석을 채우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저가 공세를 퍼붓는 실정이다.
 
HDC현대산업개발과 매각을 진행 중인 아시아나의 자회사 에어부산과 에어서울도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전망되면서 업계에서는 이번 제주항공과 이스타 합병을 시작으로 내년 항공사간 합종연횡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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