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좀처럼 기세가 꺾이지 않는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여파로 1분기 한국 경제 성장률이 최악의 경우 0.7%포인트 정도 추락할 것으로 점쳐진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 경제가 치명타를 입고 있고, 수출과 내수 그리고 설비·건설 투자 마저 곤두박질 치면 역성장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9일 국내외 주요 대내외 연구기관의 분석을 종합해보면 적게는 0.2%포인트에서 많게는 0.7%포인트까지 성장률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 산하 경제 연구소인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는 신종코로나 사태로 한국경제의 1분기 성장률이 0.4%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봤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감염증이 한국에서 빠르게 확대되는 것을 전제로 1분기 성장률 하락폭을 넌년대비 0.2~0.7%포인트까지로 잡았다.
문제는 작년 4분기 재정 투입 효과로 전기대비 1.2% 성장을 기록한 점이다. 즉 기저효과가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통상 1분기는 재정 투입 규모가 다른 분기보다 적다. JP모건은 실제 1분기 계절조정 전기대비 한국 경제 성장률을 -0.3%로 내다봤다.
과거 전염병 창궐 시기의 경제 상황을 봐도 성장률은 비슷한 곡선을 그렸다. 메르스가 발생했던 2015년 2분기 전기대비 성장률은 0.2%로 1분기 0.9%에서 무려 0.7%포인트나 떨어졌다. 사스가 유행이던 2003년 1분기 역시 -0.7%였는데 2002년 4분기는 1.1%였다. 당시 분기 성장률이 1.8%포인트나 하락한 것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1분기 역성장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며 "이미 마트나 영화관, 백화점 등 소비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당장 모임자체가 취소 되면서 식당 등 음식소매업쪽에 타격이 심하다"며 "국내 소비가 위축되고 있는데다 4분기 성장이 높았던 만큼 역성장 가능성은 농후하다"고 내다봤다.
다만 사태가 1분기에 어느정도 진정되면 우리 경제의 회복력은 충분하다는 게 연구원들과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과거 사스가 가라앉은 2003년 3분기 1.9%로 성장률이 뛰었고, 메르스가 진정된 2015년 3분기 역시 전기대비 1.5%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당시 한국경제와 지금의 상황은 전체 경제 규모나 산업구조 등의 면에서 많이 다르고 대내와 환경도 동일한 잣대에서 비교가 힘든 것도 고려해야 할 요소라고 전문가들은 꼬집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과거 사례를 봐도 2월까지 부진한다 해도 3월부터 감염증 사태가 누그러지면 오히려 다음 분기 소비가 크게 늘어나 성장률 회복을 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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