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하락, '감산' 합의해도 막기 힘든 이유
전문가들 "감산 실현돼도 코로나19 수요 급감이 문제"
2020-04-06 16:57:39 2020-04-06 16:57:39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지난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감산 합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급등했던 국제유가가 다시 하락장으로 돌아섰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10개 산유국 연합이 참여한 OPEC+가 감산협상을 위한 긴급회의를 연기하면서 시장 분위기가 급변한 탓이다.
 
더구나 전문가들은 긴급회의가 개최돼도 주요 산유국 간 감산 합의가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감산을 해도 올초 대비 절반 가까이 떨어진 유가가 오르기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유가전쟁으로 인한 공급과잉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요 급감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6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 인도분은 전거래일보다 2.36달러(8.33%) 내린 배럴당 25.98달러에 거래를 시작했다. 런던ICE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도 가격이 3.20달러(9.18%) 떨어지며 31.63달러에 거래됐다. 오후 4시30분 현재 WTI와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전날 대비 1.34%, 1.20% 하락한 27.95달러, 33.73달러에 각각 거래 중이다.
 
오는 6일(현지시간) 예정됐던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10개 산유국 연합의 OPEC+ 긴급회의가 9일로 연기됐다. 사진/뉴시스
 
당초 OPEC+는 6일(현지시간) 긴급회의를 열기로 했지만, 사우디와 러시아가 유가하락에 대한 책임 공방을 벌이면서 9일까지 미뤄진 상태다. 이에 따라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도 국제유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원유공식판매가(OSP) 공개를 연기했다. 통상 매월 5일 발표하는 OSP는 9일 회의 개최 이후에 가격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OPEC+ 회원국들은 이번 원유 감산협의에 미국과 캐나다 등의 주요 산유국들이 동참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사우디와 러시아가 1000만~1500만배럴 감산에 합의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는 OPEC 외 국가들의 협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미국 기업들의 감산 공조 여부는 불투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원유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시장에서는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급감이 해소되지 않는 한 유가하락 추세는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코로나19 탓에 원유 수요는 전 세계적으로 약 3분의 1 줄어들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망했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도 "기존 원유 수요의 20% 이상 감소폭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사우디와 러시아의 원유 생산량을 합한 수준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국제유가 반등은 코로나19 확산이 억제되면서 이전 수준의 경제회복 기대감이 살아나야만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김 연구원은 "주요 산유국 간 감산합의는 단기간 유가를 반등시키는 데 호재일지 몰라도 중장기적으로 유가가 안정세를 찾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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