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노이즈 캔슬링(소음차단) 기능이 글로벌 무선 이어폰 시장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애플이 소위 '대박'을 터뜨린 후 최근 너 나 할 것 없이 이 기능을 탑재한 제품을 출시하거나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노이즈 캔슬링은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NC)과 패시브 노이즈 캔슬링(PNC)으로 나뉜다. 물리적으로 귀를 막아 소음을 차단하는 PNC와 달리 ANC은 소음으로 소음을 막는다. 외향 마이크가 주변 소리를 감지해 분석하면 제품이 반대 소음을 발생시켜 주변 소음이 사용자의 귀에 닿기 전에 차단하는 원리다. 음악을 들을 때 좀 더 완벽한 음질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욕구에 최적화한 기능이다. 무선 이어폰 업체들은 ANC 기능을 주목한다.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ANC 기능을 넣은 무선 이어폰 가칭 '갤럭시 버즈 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애초 삼성전자가 지난 2월 출시한 '갤럭시 버즈 플러스'에 먼저 이 기능이 탑재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로는 적용되지 않았다.
삼성전자 자회사 하만의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 AKG의 무선 이어폰 'N400'에는 이미 ANC 기능이 들어갔다. 지난달 30일부터 예약판매가 진행됐는데 일주일 만에 사전에 준비한 수량이 동났다. 주위 소음으로 인한 왜곡을 최소화하고 원음에 가까운 음질을 구현하는 AKG 레퍼런스 사운드 기술 등이 효과를 본 것으로 풀이된다.
음향기술력을 갖춘 소니코리아는 애플보다 앞선 지난해 7월 이미 내부와 외부에 2개의 노이즈 캔슬링 센서를 탑재한 무선 이어폰 'WF-1000XM3'을 출시했다. 화웨이와 젠하이저도 ANC 기능이 들어간 무선 이어폰 '프리버드3'과 '모멘텀 트루 와이어리스 2세대'를 지난달 각각 내놨다.
업체들이 잇따라 ANC 기능을 주목하는 이유는 지난해 애플의 성공을 직접 지켜봤기 때문이다. 애플은 기존 무선 이어폰 '에어팟 1·2세대'와 달리 지난해 10월 출시한 '에어팟 프로'에 ANC 기능을 처음 적용했다. 타사 제품과 달리 굳이 볼륨을 높이지 않아도 좀 더 나은 품질의 음악 감상이 가능해지자 에어팟 프로 품귀 현상까지 벌어졌다. 불과 4년 전 무선 이어폰 시장에 뛰어들었던 애플은 에어팟 1·2세대의 인기에 이어 에어팟 프로로 쐐기를 박으며 무선 이어폰의 대명사가 됐다.
이는 지표로도 분명히 드러난다. 애플은 지난해 글로벌 무선 이어폰 시장에서 점유율 54.4%로 샤오미(8.5%)와 삼성전자(6.9%) 등을 크게 앞질렀다. 지난 2016년 100만대 정도였던 글로벌 무선이어폰 시장은 2017년 1500만대, 2018년 3500만대, 지난해 1억700만대까지 성장했다. 올해 2억2000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2024년에는 12억대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전자업체들로서는 충분히 '블루오션'으로 받아들일 만한 시장성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시장 수요에 맞추기 위한 일환으로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강조되는 것이지 업체마다 꼭 이 기능만을 주목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제품을 만들 때 소비자 수요에 맞추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며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완전히 혁신적인 기술은 아니지 않나. 음악 들을 때 외에 먹먹 거리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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