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News)의사들, 20년 전 "낙태 필요" 목소리 냈지만…(영상)
의협, 현행법 배치 논란에도 불법낙태 위험·미성년 임신 등 현실 극복 의지 담아
낙태죄, 지난해 4월 헌법불합치 결정에도 보완입법 논의 '전무'
입법 시한 올해 12월31일…"21대 국회 논의 서둘러야"
2020-04-25 00:00:00 2020-05-07 16:59:39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매일 새로운 소식이 수천 건씩 쏟아지는 ‘뉴스의 시대’, 이제는 ‘구문(舊聞)’이 된 어제의 신문(新聞)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를 기록해보고자 준비했습니다. 뉴스토마토 유튜브 채널에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2001년 4월 대한의사협회는 낙태를 인정하는 윤리지침을 제정했습니다. 지침 54조에 ‘의학적. 사회적으로 적절하고 합당한 경우라도 인공임신중절을 시행하는 데 신중하여야 하며, 산모의 건강과 태아의 생명권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규정한 겁니다. 
 
[이윤성 전 대한의학회장(2001년 당시 의협 법제이사)]
“법으로 그냥 안 된다고 하면 도덕적으로 깨끗한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규제하면 불법낙태가 생기고 그게 사람의 생명을 더 많이 해치는 경우가 있거든요. (…)결국은 아주 다양한 생각, 물론 양 극단 사이에는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는데 당시 사회가 생각하는 합의점이랄까 그런 게 문구로 표현되는 거죠.”
 
이윤성 전 대한의학회장. 사진/뉴시스
 
그러나 시작도 하기 전부터 반대에 부딪힌 의협의 윤리지침은 결국 한 차례 보류 후 그해 11월 공포됐습니다. 현행법 배치 논란에 대해 당시 의협 측은 ‘가출 여중생의 임신처럼 미성년자 임신에 대해서는 낙태수술을 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근 20년 전에 나온 의사들의 외침으로 세상은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60대 산부인과 의사가 강간으로 인한 임신을 주장한 미성년 산모의 34주차 태아를 제왕절개로 꺼내 숨지게 한 혐의로 징역 3년6개월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업무상촉탁낙태죄와 함께 살인죄, 의료법 위반죄가 인정됐습니다.
 
네티즌 사이에서는 안타깝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통상 34주면 아이가 엄마 몸 밖으로 나와도 생존 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에 살인죄 적용에 이의를 두기 어렵지만, 강간 피해를 주장한 10대 산모가 그때까지 낙태를 하지 못했을 사정엔 법적, 사회적 배경이 자리하기 때문입니다.  
 
표 제작/표영주 뉴스토마토 디자이너
표 제작/표영주 뉴스토마토 디자이너
 
1953년 제정된 형법 269조와 270조는 낙태를 범죄로 규정해 왔습니다. 1973년 제정된 모자보건법 14조에서 장애·신체질환이나 강간 등의 경우 임신 24주까지 낙태를 할 수 있다고 정했지만, 강간의 경우 신고와 재판으로 6개월 안에 피해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결국 낙태죄는 지난해 4월11일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았습니다. 헌법재판관 9명 중 3명이 위헌의견을, 4명이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건데요. 헌법재판소는 올해 12월 31일까지 보완입법을 명령하고, 모자보건법 개정 필요성도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공을 넘겨받은 국회는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헌재 결정 이후 국회에 발의된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정의당 이정미 의원 안이 유일합니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지난해 4월15일 발의한 형법 개정안 발췌. 자료/국회의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지난해 4월 발의한 형법 개정안 발췌. 자료/국회의안정보시스템
 
[이정미 정의당 의원]
“당시 법안 발의도 굉장히 힘들게 했고 10명의 동의를 받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고, 그 후엔  아무런 논의가 안 됐죠. 20대 국회에선 다뤄지는 게 어렵다고 봐야죠.”  
 
21대 국회가 본격 개원해 상임위 구성 등 기본적인 법안 논의 준비를 마치는 시기는 적어도 6월8일 이후가 될 전망입니다. 남은 시간은 단 6개월. 공론화와 의견 수렴을 거쳐 법안을 만들고 내년부터 안전한 수술이 이뤄질 환경을 갖추려면 논의를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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