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에게 "교사 노조 탈퇴 권해 달라"…법원 "부당노동 행위"
2020-04-26 09:00:00 2020-04-26 09:00:00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어린이집 원장이 학부모를 통해 보육교사의 노동조합 탈퇴를 종용한 것은 부당 노동 행위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홍순욱)는 어린이집 원장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구제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가 학부모 운영위원장에게 보육교사가 노조를 탈퇴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한 행위와 원고가 조합원에게 노조 탈퇴를 종용한 행위는 모두 지배·개입의 부당 노동 행위에 해당하므로 이를 전제로 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앞서 경기에 있는 한 어린이집 소속 보육교사 4명이 가입된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은 지난 2018년 11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어린이집 원장 A씨가 학부모 운영위원장에게 보육교사가 노조에서 탈퇴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취지로 부탁하고, 조합원에게 '조합에서 탈퇴하기를 바라고, 노조 활동이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므로 보육과 맞지 않는다' 등의 발언을 한 것은 지배·개입의 부당 노동 행위에 해당한다"면서 구제신청을 했다.
 
이후 경기노동위는 지난해 1월 공공운수노조의 구제신청을 인용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에 재심신청을 했지만, 기각되자 이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우선 재판부는 A씨가 학부모 운영위원장에게 "보육교사 B씨에게 노동조합 탈퇴를 권해 달라"는 의사를 전달하게 한 것이 부당 노동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원고가 학부모 운영위원장에게 부탁한 이유는 사용자인 원고가 직접 노조 탈퇴를 권유할 수 없어 학부모 운영위원장을 통해 B씨에게 노조 탈퇴를 종용하기 위한 것"이라며 "원고는 학부모 운영위원장에게 보육교사들의 공공운수노조 가입 사실과 함께 보육교사의 노조 탈퇴 필요성 등에 관한 의견도 피력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학부모 운영위원장은 원고에게 '더 이상 원고와 B씨 사이의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취지로 말해 원고의 부탁을 완곡히 거절했으나, 노조 가입에 부정적인 입장에서 탈퇴하기를 희망하는 원고의 의사를 B씨에게 그대로 전달했다"며 "학부모 운영위원장은 B씨의 노조 탈퇴를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입장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여 원고의 부탁이 없었다면 B씨에게 노조 탈퇴에 관한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재판부는 A씨가 B씨에게 한 발언도 부당 노동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고는 B씨와 대화할 당시 '노조 가입으로 보육교사가 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노조 할동은 보육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등의 발언을 했다"며 "이는 B씨의 노조 가입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표명하고, 노조 가입으로 인한 불이익을 언급하면서 탈퇴를 종용하는 내용으로 노조 조직에 대한 간섭·방해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서울행정법원. 사진/서울행정법원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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