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스테로이드제제 '덱사메타손'이 코로나19 치료제로 급부상하며 해당 품목 보유 국내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높은 관심을 방증하듯 관련 기업들의 가치가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아직 완전하게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17일 증권시장 개장과 함께 신일제약을 비롯해 경동제약, 대원제약, 화일약품 등의 주가는 급등했다. 화일약품을 제외한 3사는 모두 오전 상한가를 기록했고, 화일약품 역시 한때 20%가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해당사들의 공통점은 모두 덱사메타손 품목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덱사메타손은 염증 치료 등에 사용하는 스테로이드 성분이다. 앞선 4개사를 비롯해 국내에만 10개 이상의 기업이 품목을 보유할 만큼 제네릭이 일반화된 상태다.
덱사메타손에 대한 기대치가 급증한 이유는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이 도출한 연구 결과 때문이다. 16일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연구팀은 코로나19 입원환자 중 2000명에게 덱사메타손을 처방하고, 투약받지 않은 환자군 4000명과의 비교를 실시했다. 그 결과 투여 중증환자군에서 사망률이 최대 40%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사망자가 45만명에 이르는 만큼 고무적인 결과라는 분석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이를 두고 '획기적인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유력한 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의 단점으로 꼽히는 높은 약가까지 극복 가능해 최적의 대안으로 꼽히는 상태다. 덱사메타손의 영국 가격은 5파운드(약 7600원) 수준이다.
다만, 아직 세계적으로 효능이 인정되지 않은 만큼 지나친 낙관은 섣부르다는 평가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덱사메타손은 이미 염증, 중증염증에 대한 치료 등의 목적으로 임상에서 쓰고 있는 약품이기 때문에 새롭게 적응증을 바꾸거나 한 것은 아니고, 코로나19를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치료제라기보다는 염증 반응을 완화시켜주는 목적으로 쓰는 약물로 판단하고 있다"라며 "해당 부분은 좀 더 체계적인 임상연구 등이 임상 전문가들과의 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와 관련된 국내 제약업계 기업 가치는 연관 품목만 보유했다고 하면 지나치게 관심이 쏠리는 경향이 짙은데, 앞서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부각 당시에도 변동폭이 컸던 만큼 세부적인 경쟁력을 살필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오마하 지역 약국에 진열된 덱사메타손 패키지. 사진/AP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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