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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개선 난항에 대구은행장 선임 '깜깜이'
DGB금융, 19일 이사회서 '지배구조 개선안' 논의
은행장 후보추천권 놓고 내홍…7개월째 수장 공백
2018-10-17 14:52:02 2018-10-17 14:52:02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차기 대구은행장 선출 작업이 DGB금융지주(139130)와 대구은행간 대립 속에 표류하고 있다. 은행장 후보추천권과 사외이사 운영제도 등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선안을 놓고 이견이 갈린 데 따른 것이다.
사진/DGB금융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은 오는 19일 이사회를 열고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내부규정으로 개정할 계획이다. 새롭게 마련된 개선안은 공정하고 투명한 CEO육성 방안과 사외이사 제도 정비를 비롯해 지주사가 산하에 ‘자회사 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를 신설, 은행장 등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추천권을 행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기존 자회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가 담당했던 은행장 등 자회사 CEO 후보 추천권을 지주사 차원에서 행사한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은행장 후보에 대한 요건은 현재의 ‘금융회사 경력 20년 이상’에서 ‘금융권 임원 경력 5년 이상’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또 마케팅·경영관리업무 총괄 경험이 있고 은행 외 그룹내 타 금융사(지주사 및 자회사) 임원을 역임한 사람으로 한정시켰다. 사외이사의 경우 현재 5명에서 7명으로 정원을 늘리고, 선임절차도 현재 내부추천에서 외부추천 방식으로 바꿀 방침이다.
 
논란이 된 부분은 은행장 자격 요건과 추천권 행사 주최 변경이다.
 
은행 내에서는 ‘임원 경력 5년 이상’이라는 자격 요건을 충족하는 사람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지주 회장이 은행장을 겸임하게 될 소지가 있어서다. 아울러 임원 추천권을 지주사가 가져갈 경우, 제왕적 지배구조가 심화될 것이라는 게 은행 이사회 측의 평가다.
 
은행 한 관계자는 “김태오 회장 취임 이후 쇄신 작업이 진행되면서 현직 임원 중에는 자격 요건을 갖춘 사람이 없다”며 “결국 지주회장이 행장직무를 겸직하거나 퇴직 인사 중에 검토해야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내부 분위기는 상당히 조심스럽다”면서 “(지주와 은행 이사회 가운데) 누가 더 옳은 방향이라고 언급하기보다 (자격요건 완화 가능성 등) 앞으로 상황을 지켜봐야한다”고 부연했다.
 
문제는 그룹 내홍으로 수장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대구은행 수장자리는 지난 3월 박인규 전 DGB금융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채용비리와 비자금 조성 의혹 등으로 물러난 이후 7개월째 공석이다. 앞서 DGB금융은 금융지주사 가운데 유일하게 존재했던 회장과 행장직 겸직 체제를 분리하고 차기 행장 후보로 김경룡 전 DGB금융회장 직무대행을 내정했다. 하지만 김 내정자 역시 특혜 채용 청탁 사태에 연루된 데 따른 부담 등으로 자진 사퇴했다.
 
대구은행 지배구조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최고경영자가 금융감독기구로부터 중징계 이상의 제재를 받거나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그 직무를 더 이상 수행할 수 없게 되는 경우 은행은 비상경영계획 승계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비상경영계획 승계절차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 최종 직무수행일 40일 이내에 개시되며, 이사회는 40일 이내로 최고경영자 후보를 심의 확정하고, 주주총회에 대표이사 선임을 위한 안건을 부의해야 한다.
 
현재 대구은행은 박명흠 부행장이 직무를 대행하고 있지만 행장 선임 절차가 지지부진한 상태에 머물면서 여전히 회장-행장 겸임 체제로 이뤄지는 모습이다. 직무대행체제로 은행 경영전략을 추진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서다. 특히 은행 이사회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DGB금융의 신뢰도가 다시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방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DGB금융 안에서 대구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부분이다 보니 임원 추천권이 이슈로 떠오른 것으로 보인다”면서 “DGB금융 또한 채용비리나 비자금 조성 등의 문제로 논란이 일었던 만큼, 내홍이 커지도록 두는 것보다 회장과 행장 간 밸런스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한편 시장에서는 노조의 역할이 부각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16일 대구은행이 3급 이상 간부로 이뤄진 제2노조를 설립하며 중재자로 나섰기 때문이다.
 
새롭게 취임한 한상윤 대구은행 노조위원장은 “아무리 좋은 옷이라도 몸에 맞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면서 “‘밑어붙이기’식으로 지배구조 개선안을 추진하기보다 은행, 지주, 사용자,지역 소상공인 등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의견 수렴과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1노조와 함께 미래지향적인 해결책을 찾는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원 대구은행 노조위원장은 “최근 은행과 지주 경영진 간의 갈등 양상이 불거진 것이 안타깝다”면서 “원만한 합의를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 위원장은 “제도변경이 왜 필요한지지에 대한 이해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권력 집중 가능성을 배제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향후 대응방안은) 오는 18일, 19일 각각 열리는 은행 이사회와 지주 이사회 결과를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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