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브랜드 사용료율, 경쟁사 대비 최대 22배↑
지나친 사용료에 "산정기준 정비 필요"
2024-07-03 06:00:00 2024-07-03 08:18:30
 
[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지주를 통해 금융 계열사들로부터 거둬들이는 브랜드 사용료가 경쟁사 대비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가장 적은 곳보다 무려 22배나 사용료율이 높았습니다. 금융지주별 브랜드 사용료율의 편차가 큰 만큼 산정 기준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오락가락 브랜드 사용료율 
 
2일 금융감독원과 각사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 금융지주와 농협금융지주 브랜드 사용료율을 비교해본 결과 가장 사용료율과 액수가 큰 곳은 농협금융지주로 나타났습니다. 
 
브랜드 사용료는 브랜드 소유권을 가진 지주사나 은행이 보험, 카드, 증권 등 브랜드를 공유하는 그룹 계열사들로부터 받는 명칭 사용료입니다. 수취액 규모는 천차만별인데요. 브랜드 사용료 항목이 아예 없거나 연간 5000억원 넘게 받는 곳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관련기사 : 농협 브랜드 사용료 연 5434억…중앙회만 배 불린다)
 
 
사용료 수익 농협금융이 최다
 
금융사 중 브랜드 수수료를 가장 많이 내는 곳은 농협금융기관들입니다.  NH농협은행 등 농협 계열사들은 농협금융지주를 통해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에 매년 브랜드 사용료(농업지원사업비 명목)를 지불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지주 및 계열사로부터 거둬들인 농지비는 총 5434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가운데 농협은행으로부터만 지난 2021년 3156억원, 2022년 3247억원, 2023년 3306억원 등을 거둬들였습니다. 업계에서는 매출액 규모에 비해 과도한 사용료를 부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농협을 제외하고 금융지주가 브랜드 사용료를 수취하는 곳은 주요 금융사 가운데 신한금융이 유일한데요. 지주회사가 브랜드 소유권을 갖고 있어섭니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695억원의 브랜드 사용료를 받았습니다. 신한금융은 2년마다 브랜드 가치를 산정한 후 계열사에 사용료를 부과하고 있는데요. 각 그룹사별 영업이익 '추정값'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책정 중이며 그룹사별 수치는 0.71~2.08% 수준입니다.  다만 타사와 비교를 위해 매출액에서 브랜드수수료액을 나눠보면 지난 2021년과 2022년엔 0.11%, 지난해엔 0.13% 수준이었습니다. 
 
반면 KB국민·KEB하나 등의 은행은 자신들이 브랜드 소유권을 가지고 있어 타 계열사로부터 브랜드 사용료를 오히려 받고 있습니다. 은행이 먼저 생긴 뒤 뒤늦게 지주체제로 전환하면서 지금까지 이전없이 기존대로 은행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농협을 제외하면 KB국민 브랜드 가격이 가장 비쌌습니다. 매출액 기준 가장 규모가 큰 이유가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KB금융지주는 KB증권 등 18개 계열사에 브랜드 사용료율 0.2%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은 지주로부터 지난해 브랜드 가격으로 1552억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금융지주는 우리은행 등 14개 계열사에 브랜드 사용료율 0.17%를 적용하고 있는데요. 수취자인 우리은행 매출액 포함 지난해 브랜드 가격은 714억원으로 2위 브랜드값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하나은행은 브랜드 사용료를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내부에 브랜드본부를 두고 상표권을 관리하지만 상표권 사용료를 받지 않으며 경영 공시에도 관련해 언급을 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브랜드 사용료 부과…"주주 소송도 가능"
 
일각에서는 금융사별 부과 기준이 다른 브랜드 사용료율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농협은행 등 일부 금융사의 경우 과도한 사용료를 부담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작지 않습니다. 
 
더불어 같은 금융지주로 묶인 계열사끼리 브랜드 사용료를 수취하는 것에 대한 지적도 있습니다. 계열사내 모든 자회사들이 공통적으로 얻은 성과를 통해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는 효과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 '로열티'라 불리는 브랜드 사용료는 오랜 기간 소비자들을 상대로 얻은 인지도·신뢰 등 상표 가치에 대한 사용대가입니다. 이런 이유로 하나금융지주는 로열티를 받고 있지 않습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오십보 백보임에도 불구하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높은 브랜드 가격을 받는다는 것은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있고 '한 가족끼리 주고 받는 게 뭐 어때'가 아니라 돈을 지불하는 회사에 투자한 주주들은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이어 "주주 소송도 가능한 건"이라면서 "회계감사시 무리한 사용료라고 판단하면 회사 측에 권고하는 등 회계 의무를 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4대 시중은행과 농협은행 브랜드 사용료율을 조사한 결과 농협금융지주가 받는 브랜드 사용료율이 매출 대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시내 시중은행 ATM기의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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