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정책금융연구소는 지난 2월 '1사 1법'으로 되어있는 정책금융 공공기관의 존재 근거법을 개정함으로써 글로벌디지털 전환을 제대로 이끌고 기술력으로 무장한 중소·벤처·스타트업 기업의 잠재력을 발휘 할 수 있는 정책금융 생태계 혁신을 위해 출범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개방형 통상국가인 대한민국이 '공급망 재편'이라는 국제경제 질서의 신(新)블럭화 국면에서 선진국으로 안착할 수 있는 기회와 원동력을 확보하고 시현하는데 일조하고자 합니다.
이같은 연구의 일환으로 K-정책금융연구소는 11개 주요 정책금융기관이 법상 설립 목적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중점적(생태계 평가 A항목)으로 공개 질의합니다. 해당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각과 형식의 질문에 난감해할 수도 있겠으나 공공기관도 대전환기를 맞고 있는 것이 사실이므로 국민과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K-정책금융연구소가 보낸 질의에 대한 한국벤처투자가 보내온 답을 함께 싣습니다.
1. 한국벤처투자(이하 한벤투)는 '벤처투자법' 제66조(한벤투의 설립 등) 1항에 의거하여 창업기업,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 등의 성장·발전을 위한 투자의 촉진 등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설립됐고 같은 법 제70조 (벤처투자모태조합의 결성 등)에 의거하여 2005년부터 결성된 모태펀드의 투자를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정책금융기관입니다. 이러한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습니까?
"한벤투는 모태펀드 운용기관으로써 창업·벤처기업의 성장자금을 공급하는 마중물 역할을 수행해왔습니다. 코스닥 상장기업 중 모태 투자기업 비율이 61%에 달하는 성과를 거두는 등 벤처투자 시장 성장에 기여했습니다."
2005년 결성 이후 모태펀드 존속기한 도래
2. 한벤투는 같은 법 제67조(한벤투의 사업 등)에 근거하여 벤처투자모태조합, 즉 모태펀드의 결성과 업무 집행을 합니다. 같은 법 제70조(벤처투자모태조합의 결성 등)에 의하면 모든 정부와 공기업, 모든 투자조합과 투자기구가 이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올해 모태펀드에 주로 출자한 정부 부처 및 공기업은 어디이며 출자금액은 얼마입니까? 상호출자에 성공한 VC가 있습니까?
"모태펀드가 2024년 배정받은 신규 출자 예산은 총 9649억원으로 중소벤처기업부(4540억원) 등 9개 부처가 출자했습니다."
3. 2023년 말 기준 한벤투는 14조 7000억원 규모의 17개의 모(母)펀드를, 55조원 규모 1342개의 자(子)펀드를 결성했습니다. 1만1503개의 기업에 총 36조 4000억원을 투자했으며 청산 자펀드 수익율은 23.8%에 달합니다. 그렇다면 2005년에 최초 결성된 모태펀드 이후 20년이 경과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규모는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모태펀드의 존속기한 (벤처투자법 제70조 4항) 도래 이후 한벤투의 구체적인 계획은 무엇입니까?
"모태펀드는 벤처투자법에 따라 존속기한이 30년으로 규정돼 있습니다. 2005년 모테펀드 출범 이후 적극적인 민간자금 유입을 통해 벤처투자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한 것처럼, 한벤투는 앞으로도 벤처투자시장의 마중물 역할과 건전한 정책자금 관리를 지속하겠습니다."
한국벤처투자 사옥 전경. (사진=한벤투)
4. 출자한 각 부처가 원하는 투자처와 한벤투가 실제 투자 결정한 투자처는 상이한 경우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정부 부처는 해당기관 특성에 맞는 산업군이 포함된 벤처캐피탈, 투자조합을 선호합니다. 이를 해결하고 보완하기 위한 한벤투의 대책이 있습니까?
"한벤투는 부처별 정책이 자펀드를 통해 효과적으로 실행될 수 있도록 출자 부처와 긴밀히 협의해 펀드 출자사업을 기획 및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금 투입 불구 모태펀드 투자내역 알수 없어
5. 한벤투는 모태펀드가 출자한 펀드의 운용과 감독을 합니다. 국민 세금이 들어간 펀드이기 때문에 최초 투자 계획과 부합하는지 꾸준히 확인해야 합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관련 자료를 요청했지만, 사모 영역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각 사의 동의 없이는 제출할 수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국민 혈세가 포함된 투자에 대해 정보를 보다 투명하게 공개할 방안은 없습니까?
"금융실명법에 따라 금융거래 정보 또는 자료를 타인에게 제공하거나 누설할 수 없습니다. 펀드별 투자내역은 경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법인의 정당한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어 공개가 곤란합니다."
6. 한벤투의 올해 예산은 지난해 대비 40% 증가한 약 9700억원 수준입니다. 최근 예산을 받아 간 VC들 다수가 최근 펀드레이징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 고금리 등으로 인한 민간 기관투자자들의 보수적인 투자 기조 영향이 큽니다. 펀드레이징에 실패해 한벤투의 출자를 다시 반납해야하는 VC도 있습니다. VC에게 출자하는 것 외에 펀드레이징을 돕기 위해 별도로 하는 역할이 있습니까?
"한벤투는 모태 자펀드의 민간 출자자 참여 촉진을 위해 우선손실충당, 초과수익이전, 콜옵션 등 민간 출자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7. 한벤투가 자펀드 선정 시 외부위원을 모집하여 선정위원회를 구성하다 보니 무난한 트랙 레코드를 가진 운용사 위주로 선정해, 대형VC와 중소형VC 사이에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를 보완할 대책이 있습니까? 또한 국내 출자기관들의 인력에 비해서 선정위원회에 소속된 외부위원의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로 인해 VC의 운용 역량에 대한 판단보다는 형식적인 부분에 치우치는 경향이 많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개선방안이 있습니까?
"한벤투는 중소형 VC의 시장 안착을 지원하기 위해 '루키리그'를 운영 중입니다. 펀드 출자에 필요한 전문인력과 데이터를 갖추고 있으며 분야별 전문성을 갖춘 외부전문가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8. 펀드 출자사업 선정 절차를 보면 내부 기준에 따라 서류심사, 이후 면접 심사 등으로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각 단계별 평가에 대한 기준과 세부평가항목에 대한 채점 결과가 참가자들에게 통보되지 않아, 공정성 이슈가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해소할 방안은 있습니까?
"한벤투는 출자사업 공고 시 공고문에 심사 항목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9. 공급망 재편에 따르는 세계 금융경제의 신(新) 블럭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미션이 공공기관들에게 부여되고 있습니다. 한벤투도 선정된 국내 운용사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LP를 모집해올 수 있도록 정책 목적 등 심사 점수에 글로벌 시장 개척의 가점부여를 하는 방법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이에 대한 한벤투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한벤투는 지난 2013년부터 해외 VC 글로벌펀드를 운영 중이며 올해 국내 VC 참여 확대를 위해 국내 VC가 참여 가능한 Co-GP 전형을 신설했습니다."
10. 대부분의 VC들은 실리콘밸리 등 해외 자금 유치 경력이 부족합니다. 실리콘밸리는 벤처투자 산업에서 크게 성공했고 앞서가는 시장입니다. 실리콘밸리 등 해외 자금 유치를 성공하면 자금뿐 아니라 벤처 투자에 대한 노하우, 시각 등도 차용해 접목시킬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자금 유치 경력이 VC 선정 시 경쟁 점수에서 배제되어 역차별을 받는 일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를 개선할 계획이 있습니까?
"운용사 선정 과정에서 전문성을 갖춘 외부전문가를 활용해 출자심의회를 운영 중입니다. 평가의 공정성·투명성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에도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11. 자펀드들이 국내 비상장사들에 대한 투자만 집중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업계에서는 AI를 필두로 해외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단행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외교부 출신인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부임한 이후 벤처투자 생태계의 글로벌 진출이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해외 스타트업에 단독 또는 공동 투자한 사례가 있습니까?
"'중소기업창업 지원법' 개정으로 국외 창업기업에 대한 지원근거가 마련됐습니다. 국외 창업기업을 벤처투자회사 및 벤처투자조합의 투자의무 산정대상으로 포함할 예정입니다. 정부는 '스타트업 코리아' 전략을 통해 창업벤처 정책의 패러다임을 국내에서 해외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한벤투도 이에 발맞춰 K-스타트업의 글로벌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할 계획입니다."
높은 퇴사율에 중기부 평가 하락세
신상한 한국벤처투자 부대표(오른쪽 두 번째)가 지난해 열린 민간 벤처모펀드 출범식에서 마중물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신 부대표는 현재 대표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사진=뉴시스)
12.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6월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벤처·스타트업 투자 활성화를 위한 조치입니다. 기존에는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벤처 투자조합 공동 운용이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자본시장법상 펀드와 다른 펀드를 동시 운용할 때 '펀드 간 자전거래' 등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개정안 의결을 통해 자산운용사와 VC의 벤처 투자조합 공동 운용(Co-GP) 업무 수행이 가능해졌습니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다는 측면에서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아울러 공동 운용할 경우, 리테일 자금 활용이 가능해져 펀딩 시장에 숨통이 트일 것이란 시각도 있었습니다. 다만, 업계에선 VC 가운데 딜 소싱과 펀딩 능력을 갖춘 창업투자회사가 굳이 자산운용사와 벤처 투자조합 공동 운용을 할 이유가 없다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도 인 하우스 형태로 창투사를 직접 보유해 벤처 투자조합을 결성하면 그만이기도 합니다. 개정안 이후 1년이 지난 지금 VC-사모펀드(PE)-기업형 벤처캐피탈(CVC) 간 업권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VC 투자 현장에서 봤을 때 현재 VC-PE 간 공동투자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평가하십니까? 개정안 시행에 맞춰 내부적으로 조직구조나 투자 방식 등 변화를 도모한 것이 있습니까?
"공동 투자 구조는 운용사의 투자전략에 따라 결정되는 사안입니다."
13. 한벤투는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기타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B를 받았습니다. 2021년 S, 2022년 A를 받은 것에 이어 연속 하락했습니다. 그 이유나 배경이 무엇입니까? 연이은 경영평가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높은 퇴사율'이 지목됩니다. 실제로 임직원 수 160명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퇴사하는 직원이 많고 그 자리를 다시 메우는 과정이 지속되면서 업무의 연속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퇴사율의 현황과 그것을 줄이기 위한 방책이 있습니까?
"경영실적 평가결과에 대해선 내부적으로 개선방안 등을 검토 중입니다. 우수 직원의 근속을 유도하기 위해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설치하는 등 기관 차원의 노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14. 한벤투는 지난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보고서'를 따로 발간하지 않았습니다. 올해 초에는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지난해 신설한 ESG 경영팀마저 없앴습니다. 전 세계가 기후 위기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특히 기후변화에 조응하는 RE100 금융투자를 나서서 해야 할 한벤투가 ESG 경영에 역행하고 있습니다. 개선 대책이 있습니까?
"기존 ESG경영팀 업무를 전략기획팀에서 동일하게 수행 중이며, 미래환경·여성·지방 출자사업 등을 통해 ESG 경영을 지속해서 추진 중입니다."
국내·해외 VC 교류 기회 확대
15. 벤처투자법 제67조 (한벤투의 사업 등) ①항 5호(창업기업,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 등의 해외진출 지원), 6호(벤처투자회사의 육성)에서와 같이 스타트업의 해외진출과 VC 육성이 매우 중요한 사업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VC를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돕는 것에 국한하지 않고 K-VC 산업을 신(新)수출산업으로 인식하고 전략적으로 육성할 수 있어야 하며, 다른 금융 산업(△은행△보험 등)과는 달리 해외 진출 시에 별도의 라이센스가 요구되지 않은 분야로 해외 진출이 용이하다고 전문가들이 말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의 글로벌화가 정책 방향이라면 이를 지원하는 VC의 글로벌화도 함께 진행되어야 하며 K-VC가 미국에 진출하여 미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경험하고 학습하게 된다면 한국 벤처생태계 역시 글로벌 스탠다드로 성장할 것이라고 주장을 합니다. 덧붙여 정착펀드 출자펀드의 해외투자 한도 확대, 정착펀드가 50%를 참여하는 역외 전용펀드 조성, 해외 LP 및 국내 GP와의 네트워킹 활성화, 미국 VC 이사회 운영 수범 사례 조사 및 공유 등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한벤투의 K-VC를 지원 육성할 계획에 대해 궁금합니다.
"글로벌펀드 및 해외 거점을 통해 해외 VC와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으며 국내외 행사 등을 통해 국내 VC와 해외 VC의 교류 기회를 확대해 나갈 예정입니다."
16. 한벤투는 전임 사장이 지난해 11월 사임한 뒤 8개월째 신규 기관장 인사가 지연되고 있습니다. 규정에 의하면 한벤투 사장직은 전임자 사임 뒤 1개월 이내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어 후보군을 추려야 하는데 전 사장 사임 후 임추위는 열리지 않았습니다. 사장 선임 절차를 정상적으로 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전문성 있는 후보자를 발굴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검토 중입니다. 대표이사 선임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