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오버워치 자동 조준 도우미, 악성 프로그램 아냐"(종합)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판매자 상고심서 원심 파기 환송
2020-10-15 14:03:46 2020-10-15 14:03:46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는 '오버워치' 게임의 자동 조준 기능에 대해 대법원이 악성 프로그램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김재형)는 15일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등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프로그램이 악성 프로그램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항소심에서 유죄로 인정한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봤다. 
 
이에 대해 "이 사건 프로그램은 게임의 이용자가 상대방을 더 쉽게 조준해 사격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한 것으로, 처음 사격이 성공한 후부터 상대방 캐릭터를 자동으로 조준해 주는 기능을 한다"며 "이용자 본인의 의사에 따라 해당 이용자의 컴퓨터에 설치돼 그 컴퓨터 내에서만 실행되고, 정보통신시스템이나 게임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자체를 변경시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프로그램은 정보통신시스템 등이 예정한 대로 작동하는 범위 내에서 상대방 캐릭터에 대한 조준과 사격을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해 줄 뿐이고, 프로그램을 실행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일반 이용자가 직접 상대방 캐릭터를 조준해 사격하는 것과 동일한 경로와 방법으로 작업이 수행된다"며 "서버를 점거함으로써 다른 이용자들의 서버 접속 시간을 지연시키거나 서버 접속을 어렵게 만들고, 서버에 대량의 네트워크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등으로 정보통신시스템 등의 기능 수행에 장애를 일으킨다고 볼 증거도 없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지난 2016년 7월부터 2017년 7월까지 3612회에 걸쳐 1억9923만원을 '오버워치'에서 상대방을 자동으로 조준하는 기능을 가진 'AIM 도우미'란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등 정보통신망법 위반, 게임산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게임산업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판단해 박씨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이 사건 프로그램은 게임의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도 유죄로 판단해 박씨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과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게임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무조건 정보통신망법 제70조의2, 제48조 제2항의 '악성 프로그램'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고, 악성 프로그램 해당 여부는 판시와 같은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를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사건에서 문제 된 프로그램이 정보통신망법에서 정한 '악성 프로그램'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일 뿐 온라인 게임과 관련해 부정한 프로그램인 일명 '핵'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등의 행위가 형사상 처벌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라며 "게임물 관련 사업자가 제공 또는 승인하지 않은 프로그램을 배포하거나 배포할 목적으로 제작하는 행위는 정보통신망법과 별개로 게임산업법 위반죄 등에 해당할 수 있고, 이 사건에서도 게임산업법 제46조, 제32조 제1항 제8호 위반죄는 유죄로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김재형)는 '오버워치' 게임의 자동 조준 기능이 악성 프로그램이 아니라고 판단해 15일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등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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